에너지칼럼/ 이렇게 함부로 기름을 써대면 얼마나 갈까
에너지칼럼/ 이렇게 함부로 기름을 써대면 얼마나 갈까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2.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말, 친지 딸의 결혼식이 여의도 결혼식장에서 있었다. 전철을 타고 갈까 하다가 몇 번씩 갈아타기가 번거롭고, 전철을 내려서 예식장까지 걷는 거리도 상당하여 자동차를 끌고 가기로 하였다. 주말이라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하고 예식시간 한시간 반전에 마누라를 옆자리에 태우고 잠실 집을 나섰다. 88 올림픽 대로에 들어서니 동호대교를 지나기 전부터 차가 막혀 거북이 걸음을 시작했다. 4차선 도로를 완전히 자동차가 덮었다.
“결혼식에 늦겠어요. 전철 타고 가자니까 차를 끌고 나오더니….”
마누라가 옆자리에서 쫑알거렸다.
“그런데 이 많은 자동차가 길거리에 서서 기름을 퍼 써대면 그 기름을 어떻게 다 당하지? 지난 설에도 차들이 고속도로를 덮고 거북이 걸음을 했는데.”
순간 지상에 수 억대의 자동차가 기름을 써 댈텐데 지구가 얼마나 더 기름을 대줄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인류는 쓰기 편한 에너지를 계속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에너지 사용량 증가에 비례하여 인류 문명이 발달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에너지자원 중 석유가 가장 널리 쓰이고 있으며, 그래서 보통 석유파동을 '에너지 파동'이라 한다. 우리는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에 걸쳐 석유파동을 겪고 세계경제가 휘청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요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 50% 이상이 석유로, 연간 수입액만도 400억불을 육박하고 있다.
세계에너지회의(WEC) 자료에 의하면 1차 석유파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1971년 말 현재 세계 재래식 석유 매장량은 확인 매장량 89 GT, 추정매장량 356 GT으로 향후 30∼40년 간 세계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1972년 로마 클럽은 석유매장량이 22년 분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비관적으로 분석하고,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대체에너지 개발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세계에너지회의는 1999년 말 현재 재래식 석유 확인 매장량 143 GT, 추정매장량 145 GT으로 발표하였다. 1971년 자료와 비교하면 확인 매장량은 63% 늘었으나, 추정매장량은 1971년 대비 40% 수준으로 줄었다. 1999년 말 현재 확인된 석유자원으로 앞으로 40∼50년 인류가 사용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석유파동이 일어난 후 석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그 당시 향후 30∼40년 후에는 석유자원이 고갈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 후 30년이 지난 1999년 자료를 근거로 세계에너지회의는 향후 약 40∼50년 간 사용할 석유매장량이 확인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석유자원은 무한으로 매장되어 있는가?
석유매장량에 대하여 낙관적인 견해를 가진 전문가도 있고, 비관적인 견해를 가진 전문가도 있다.
비관적인 전문가는 지구는 유한하며, 따라서 석유매장량도 유한하다. 지구상 석유매장이 가능한 지역의 탐사는 이미 거의 끝났으며, 향후 추가 발견가능성도 적다. 그 예로 1960년대에 매장량 5억 배럴이 넘는 유전이 100개나 발견되었으나, 1980년대 30개, 1990년대 29개가 발견되었을 뿐이다. 1990년대 발견된 대형 유전 중 7개는 1000m가 넘는 심해에서 발견되었다. 또한 투자자본을 확보하기 위하여 석유매장량을 부풀려서 발표하는 경향이 있으며 현재 확인매장량이라고 발표된 자료도 부풀린 것이다.
그에 반해 낙관론자들은 석유 탐사·채굴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추가 매장량 확인 가능성이 크고, 개발비용이 절감된다. 현재 35∼40%에 불과한 회수율이 기술개발로 크게 높아질 것이다. 회수율이 몇 %만 개선되어도 가채 석유물량이 크게 늘어난다.
 재래식 석유와 비재래식 석유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고, 현재 개발 추세가 재래식에서 비재래식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비재래식 석유 매장량은 재래식 석유매장량보다 훨씬 크다. 심해 채굴기술이 발달하여 1978년 300m 해저 유전을 개발하던 수준에서 1998년에는 1800m 심해의 유전을 개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되었다.
 석유값이 오르면 현재 개발하지 않고 버려진 유전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관론자가 말하는 것과 같이 단기간 내에 석유자원은 고갈되지 않으며, 인류는 석유자원이 고갈되기 전에 대체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다.
낙관론자의 견해에 따르더라도 유한한 지구에 매장된 석유자원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단지, 몇 10년 간 더 인류가 석유에너지를 즐길 수 있을 뿐이다.
석유자원은 에너지원 이외에 합성섬유, 비료, 농약 등 헤아릴 수 없는 여러 산업의 기초원료로 쓰이는 귀중한 산업원료이다.
현 기술수준으로 1차 에너지원 구성에서 중단기적으로 화석연료, 특히 석유를 획기적으로 대체할 신기술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석유자원의 확인 매장량은 늘었으나 추정 매장량은 크게 줄었다. 지구가 보유한 석유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결론이다.
귀중한 석유 자원의 고갈을 늦추기 위하여 인류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한편 에너지 효율 향상, 에너지 절약에 힘써야 할 것이다.

양창국 한전원자력연료(주〉감사
2002-02-22 16:4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