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상품으로서의 전기품질
에너지칼럼/ 상품으로서의 전기품질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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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는 전자·정보·통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의 진전을 배경으로 하여, 산업, 경제, 생활 등 모든 면에서 다양화·고도화의 특징을 가지는 정보화사회의 길로 접어들어 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회현상으로서 규제에서 완화로, 균일에서 다양화로, 무절제·무관심의 에너지·환경에서 에너지절약·환경보전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여 과거 규모의 경제에 기초한 독점과 규제로 특징지어졌던 전력산업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규제완화, 전력산업의 수직분할, 각 분야별 경쟁 도입 등 주변환경 또한 급변하고 있다.
 한편, 일방적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종래의 방식에서는 주로 정전사고의 유무, 지속시간 및 그 회수가 전력품질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왔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고객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새로운 기기들의 개발이 진전됨으로써 전압 및 주파수의 변동에 민감해 지게되었고, 그 예를들면 종래에는 소비자에게 영향을 주지않았던 파형의 찌그러짐같은 현상에도 민감한 기기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따라서 기존에는 정상이라고 판단되었던 전력품질이 민감한 기기들을 가지는 소비자에게는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빈번하게 되었다. 이에따라 전력품질에 민감한 고압소비자(산업체, 공장, 상가, 정보산업관련빌딩 등)의 전기피해보상문제 등이 최근에 증가하고 있으며, 전력산업 경쟁이 도입된 국가에서는 일반소비자의 피해보상요구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주요민간단체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 151개사중 17.9%가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품질에 대해 불만을 보였다고 밝혔으며,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전기고장 사고를 경험한 업체가 모두 126개 업체로 83%에 달하여 이로인한 추정피해규모는 188억원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낮은 전기품질로 인한 생산성 감소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매년 15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좋은 품질의 전력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그러나, 전력회사가 전력설비를 아무리 잘 운영한다고 하여도 천연재해와 같은 각종 사고로 인한 전력품질의 저하를 피할 수가 없다.
 또한 전력소비자들이 사용하는 각종 고급기기에서 피할 수 없이 발생하는 전력품질 저하현상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위와같은 이유 때문에 전력회사 혼자서는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회사가 일정규정을 만족하는 "표준품"의 전기를 공급하는데 반해 어떤 소비자는 그 이상의 품질을 갖는 "주문품"의 전기 즉, Custom Power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같은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전력 가격의 현실화, 차별화 및 다양화가 필요하다.
 이는 생산의 효율성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비싼 요금을 내고도 좋은 품질의 전력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값싼 요금으로 특별히 좋은 품질의 전력을 원하지 않는 소비자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력품질 관리 체계 및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기업체를 중심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전력의 품질을 다양하게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Custom Power Park 또는 Custom Power 배전시스템이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전력공급체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같은 개념의 FRIENDS(Flexible, Reliable and Itelligent Electrical eNergy Delivery Systems)라고 하는 새로운 배전시스템이 대학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배전시스템은 전력저장장치와 연료전지, micro gas turbine, 풍력발전, 태양광발전과 같은 전력발전장치, 그리고 전력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첨단 반도체소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시스템을 통하여 기존의 전력품질을 향상시키고, 소비자 선택권의 보장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발전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도 담당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부터는 판매부문에도 경쟁이 도입되어 소비자의 선택권이 완전히 보장될 전망에 이르는 등 제반여건은 조성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대학을 중심으로한 연구기관에서 다품질 배전시스템에 관한 기초연구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있어, 보다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변화 및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에 부응하기 위하여 국내의 실정에 맞는 기술개발 인력양성이 시급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 종 근
서울대학교 공학부 교수
기초전력공학공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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