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수첩/ 소잃기전에 외양간 고치기
에너지수첩/ 소잃기전에 외양간 고치기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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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이틀 앞둔 구랍 29일, 대전 홍도동 개인주택에서 LP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자가 무려 30여명. 인근주택, 차량 파손 등 자산피해는 무려 4억원이 넘는다고 소식을 접했다.
경찰과 소방서가 사고원인과 재산피해를 조사하는 동안 기자는 가스안전공사 LP가스안전대책팀에게 긴급히 전화를 걸었다. “보험보상이 가능합니까?”라고 묻자 담당자는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당연했다. 그 주택에 가스를 공급했던 판매사업자는 피해보상책임보험에 가입했지만 정작 가스사용자는 LP가스안전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고의사고가 아니라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엄동설한에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양로원이나 친척집에서 몸을 의탁해야하는 신세가 됐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말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가스판매사업자가 LP가스안전공급계약제도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은 탓일까? 아니면 이를 알면서도 소비자가 그 제도에 대해 마이동풍(馬耳東風)했던 것일까.
“가스점검은 돈드는 일이 아니고 돈 버는 일”이라는 가스안전공사의 홍보문구가 떠오른다. 그렇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전공급계약서에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만 적고 사인만 하면 된다. 쉬운말로 ‘앉아서 돈버는 일’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외양간 문이 고장났던 튼튼하던 소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달아날 수 있는 것이다. 가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점검을 하고 단속을 해도 고의든, 우연이던 가스폭발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가스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어떠한 이유던지 간에 가스사고가 발생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LP가스안전공급계약제’가 이미 체결됐어야만 했다.
이에 빗대어 굳이 끌어 맞춘다면 도둑이 소를 훔쳐갔던 아니면 제발로 뛰쳐나갔던 간에 최소한 그에 딸린 송아지 몇마리쯤은 외양간안에 남겨 건장한 황소로 키울 수 있는 어린 희망을 남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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