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에너지, 전력산업, 정부 그리고 시장
에너지칼럼/ 에너지, 전력산업, 정부 그리고 시장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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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관련 법규가 국회에서 통과된지 벌써 1년 가까이 되어간다. 2001년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원년으로서 참으로 많은 변화가 나타난 한 해이다.
한전에서 발전부문이 별도로 분리되어 6개의 자회사로 분할되었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설립되어 계통운영과 시장운영을 맡게 되었으며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와 시장감시 역할을 담당하는 전기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이제 전력산업에서 정부의 총체적 지휘자로서의 역할은 줄어들게 되었다. 정부는 공정한 게임의 심판 역할을 지향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이는 참으로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사실상 전력산업 뿐 아니라 에너지부문의 총체적인 관리자요, 조정자의 역할을 담당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산업은 정부가 에너지부문을 통제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역할의 변화는 에너지부문 전체에 커다란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전력은 2차에너지로서 석탄, 석유, 가스, 원자력, 수자원 등의 1차에너지원을 활용함으로써 생산된다.
또한 지역난방을 위한 2차에너지로서 열의 공급도 전력과 함께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기술적 특성으로 인하여 전력산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게 되면 다른 1차에너지원과 지역난방에 대한 통제와 조정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바로 이렇게 하였다.
 먼저 국내 무연탄의 경우를 살펴보자. 국내탄의 생산이 외국의 값싼 유연탄과 도저히 그 경제성 면에서 비교할 수 없게 되자 정부는 이에 대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에너지소비구조의 개선으로 가정에서 연탄소비가 크게 줄어들게 되자 정부의 연탄가격 보조를 통한 소비진작 노력도 그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부는 한전이 무연탄 발전소를 계속 건설하고 발전용으로 국내탄을 일정물량 소비하도록 함으로써 국내 석탄산업을 지원하였다.
 원자력에 대해서 전력산업은 이에 대한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즉, 원자력발전과 같이 직접적으로 전력산업과 관련되는 부문뿐 아니라 일반적인 원자력분야의 연구기술개발에 대해서도 전기요금 수입의 일정비율을 연구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수자원에 대하여 전력부문은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였는가? 수자원에 대한 지원을 위하여 정부는 전기사업법에 특별 규정까지 만들었다. 즉, 수자원공사가 소유한 다목적댐에서 발전한 전력에 대해서 한전이 적정 회피원가 이상의 수준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자원에 대한 교차보조를 시행하여 왔던 것이다.
 천연가스의 도입에서도 전력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1980년대 이루어진 천연가스의 도입을 위해서 우리 정부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LNG형태로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것은 take-it-or-leave-it 유형의 장기계약이고 일정한 물량이 일정한 속도로 지속적으로 도입되기 때문에 커다란 저장설비를 필요로 하였다.  이는 LNG의 소비가 다른 연료와 마찬가지로 동고하저의 큰 계절적 편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LNG 저장설비는 엄청난 투자비를 요구하게 되므로 쉽게 택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니였다.
 전력부문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과 짧은 공기로 건설할 수 있는 가스발전소가 오히려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가스발전소는 가스의 소비와 공급간의 격차를 메꾸어 주는 swing consumer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스발전소의 건설은 또 다른 장점을 갖고 있었다. 이를 통하여 정부가 도시가스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를 처음 도입할 당시 도시가스의 수요기반이 취약하였으므로 그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여 이에 대한 수요량을 급속히 증가시키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목표였던 것이다. 발전용 LNG가격을 높게 책정함으로써 이러한 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수 있었고 그 가격구조는 아직까지도 기본틀이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말부터 시작된 신도시의 건설과 이에 대한 난방에너지로서 지역난방의 확산에도 전력산업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한전은 분당, 일산, 안양, 부천에 대규모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여 지역난방공사에 열을 공급하였다. 또한 한전이 지역난방공사로부터 받는 열에 대한 도매가격을 정부는 낮게 규제하여 열요금을 안정화시킴으로써 지역난방에 대한 수요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하였다.
 특히 신도시지역에서 열병합발전소가 값비싼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함에 따라 급전의 우선순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겨울철과 같이 전력수요가 낮은 시기에도 열병합발전소가 가동할 수 있도록 급전 우선순위를 조정하였다.
 이와 같이 정부는 전력산업을 통하여 다양한 에너지에 대한 교차보조와 지원을 시행할 수 있었다. 사실상 전력산업은 여러 에너지부문의 수입과 지출을 간접적으로 관리하는 clearing house 역할을 한 셈이다. 이는 정부가 전력산업을 한전이라는 독점 공기업의 형태로 관장함으로써 가능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전력산업에 경쟁이 도입되고 민간이 참여하게 되자 이러한 정부의 역할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게 되고 만다. 정부는 공정한 게임의 심판으로서 남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게임의 법칙은 시장원리이다. 효율성과 소비자만족이 정부의 명령과 통제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전력산업의 이러한 역할변화는 국내 석탄산업, 천연가스산업, 원자력산업, 지역난방 그리고 수자원부문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제 전력산업으로부터 지원 받기 위하여 정부에 떼를 쓰는 시대는 지났다. 효율성과 가격과 소비자 만족으로 경쟁하여야 한다. 여러 에너지원의 건투를 빈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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