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경쟁도입과 거래비용
에너지칼럼/ 경쟁도입과 거래비용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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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산업에 경쟁이 도입되고 있다.
 전력에서는 발전부문이 한전으로부터 분리되었고 다시 6개 회사로 분할되었다. 곧 이어 배전부문도 분리되고 다시 5개 내지 7개 회사로 분할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부문에서도 가스공사로부터 도입부문이 분리되고 3개 회사로 분할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바야흐로 경쟁의 시대다. 그런데 경쟁 그 자체가 좋은 것일까? 오히려 전체적으로 공급비용은 늘어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소비자가 낮은 에너지가격을 누릴 수 있겠는가?
 우선 외관상 나타나는 비용만을 고려할 때, 사업의 수직적 분리와 여러 회사로의 수평적 분할은 사업의 거래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보자. 한전의 경우 발전부문이 분리되고 회사가 6개로 되면서 사장, 이사, 감사 등의 자리도 늘어나고 각 발전회사마다 따로 회계, 기획 등의 인력이 별도로 있어야 한다. 또한 비서, 사무실, 운전기사 등 여러 지원인력과 부대시설을 고려한다면 꽤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다. 예전에는 한전의 송전부문과 발전부문 사이에 별도의 계량기가 없었다. 이제는 서로 다른 사업자가 되었고 전력거래량에 따라 정산하므로 발전기마다 계량기를 설치하였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앞으로 분리·분할될 배전부문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또한 전력거래를 경쟁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바람에 한국전력거래소라는 조직을 설립하였고 여기에서 시장거래와 계통운영을 맡게 되는 새로운 규칙을 구상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
 유사한 논의가 전력뿐 아니라 가스산업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이렇듯 일차적으로 경쟁의 도입은 상당한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예전에 한 조직에서 이루어지던 거래가 시장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 도대체 어떤 이점이 있다는 것인가? 바로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였던 경제학자가 10년전인 199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날드 코오즈(Ronald Coase)이다. 코오즈는 기업의 본질에 대하여 의문을 가졌다. 사회과학분야에서 가장 인용이 많이 되는 논문 중의 하나로 알려진 [기업의 본질(The Nature of the Firm)]이란 논문에서 코오즈는 기업의 크기가 시장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에 의하여 좌우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코오즈는 시장이 비용 없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며 시장과 가격체계를 활용하는 데에는 비용이 들기 마련이고 특히 시장메커니즘에서 적절한 가격수준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였다. 코오즈는 내부적으로 거래하고 이를 위한 조직을 구성하는 비용이 시장에서 거래를 하는 비용과 동일하게 될 때까지 기업이 조직을 확대할 것이라고 하였다. 기업조직을 활용하는 이유는 바로 시장을 통한 거래보다 그 거래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에너지산업에 경쟁이 도입될 때 어떻게 거래비용이 감소한다는 것인가? 조직내에서는 효율성과 경쟁력의 평가가 계량화되기 쉽지 않고 다분히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효율성과 경쟁력의 정도가 시장에서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또 정확하게 측정된다. 예를 들어보면, 과거 발전소의 효율성은 한전에 대한 정부의 경영진단 방식에 따라 발전소의 가동률 등이 중요한 지수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발전소의 비용과 수입을 다 고려하여 과연 그 발전소가 발전회사의 수익성에 얼마나 기여하였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발전기마다 부착된 계량기가 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이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적절한 평가는 각 생산 및 공급과정에서 전 임직원들의 생산성과 이에 따른 성과급 보상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일 잘하고 못하는 사람을 보다 효율적으로 구분할 수 있으므로 임직원들이 보다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경쟁의 도입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가져온다. 가격메커니즘을 통하지 않는 의사결정은 의사결정자의 재량과 판단의 객관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왕왕 잘못된 자원배분이 나타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이해집단의 로비와 압력에 따른 정치적인 의사결정, 자료의 왜곡과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전력산업의 경우를 다시 예로 들자면 과거 정부와 한전에서 발전설비를 건설하는 중요한 기준과 근거가 되었던 [장기전력수급계획]의 입안과정에서 특정 연료에 대한 지원과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따라 발전소의 건설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투자비가 낭비되는 사례가 많았다. 1970년대초 공급예비율이 50% 수준에서 다시 몇 년후에 5%대로, 다시 10년후인 1986년에는 공급예비율이 55%를 넘어 과잉상태이다가 1994년에는 3%로 부족한 상태를 반복하였던 것은 계획기능이 가져온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효율성 증진노력의 저하, 경쟁압력의 저하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모럴해저드, 가격시스템의 미활용에 따른 자원배분의 왜곡, 이해집단의 개입과 정치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문제점 등이 바로 시장을 이용하지 않을 때 부담하여야 할 비용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는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들어서 아주 불편하다. 택시 탈 때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구두 닦을 때마다 지갑을 꺼내야 한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것이 필요 없어서 거래비용이 최소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느 경제가 더욱 효율적이겠는가? 북한에는 가정집에도 계량기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겠는가?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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