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수첩/ 자율안전시공의 길
에너지수첩/ 자율안전시공의 길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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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왔다. 긴급히 취재를 요청하는 한 도시가스사 시공업체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택시비까지 준다며 빨리 와달라는 그의 말에서 무엇인가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도착한 곳은 방학동 네거리. 도시가스배관(PE관)연결공사 현장. 젊은 가스안전공사 감리원이 불안한 듯 서성이고 있었고 시공업체 사장의 얼굴은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다.
PE관 전기융착과정서 문제가 발생한 듯 했다. 에러성적서가 출력된 것이다. 배관연결공사인 만큼 신속히 고장난 기계를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융착기기 제조사가 솔깃도 않더란 것이 시공업체 사장이 화난 이유다.
더욱이 가스안전공사가 제조업체의 뒤를 봐줬기 때문이 목이 그렇게 뻣뻣한 것이 아니냐며 그의 흥분은 더욱 커져갔다. 이에 대해 공사는, 검사를 하는 곳이 안전공사이지 기기를 판매하는 업체하고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응수했다.
결국 기기의 결함으로 에러성적서가 나온 것으로 관계자들은 잠정 결론을 내렸고 안전공사 감리원도 그것을 인정하지만 우선 규정대로 ‘불합격 시공’판정을 내려야 했다.
밤샘 술자리로 이어진 안전공사 관계자들과 시공업체 사장과의 대화에서도 서로의 의견을 인정하거나 수용하지 못한 채 옥신각신 좋지 않은 감정으로 끝냈다.
공사와 시공업체 사이 팽배한 불신이 이처럼 좋지않은 모양새로 얼룩진 것이다.
 술자리에서 시공업체 사장은 ‘자율안전시공’을 운운했다. 그렇게 되면 감리원도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안전시공 이라는 것이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는 수용될 수 없다.
물론 자율적으로 완벽한 시공을 한다고 해도 어딘가에 결함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 보충하고 ‘완벽’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스안전공사의 역할이다.
共存共生(공존공생)의 관계가 정립돼야 한다. 이러한 관계의 밑바탕에는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믿음 없이는 자율도 있을 수 없으며 결국 공존공생의 길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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