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에너지정책의 급소
에너지칼럼/ 에너지정책의 급소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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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정책에서 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몇 가지 있다. 서로 관계도 없고 논리적 연관성도 없을 것 같은 수수께끼들을 두서없이 마구잡이로 나열해 본다. 음미해 보라.

 ■ 문제 ■
산업용 천연가스는 왜 충분히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는가? 일본에서는 중간 내지는 기저부하용으로까지 이용되는 가스발전소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첨두부하용으로 사용되는가? 심야전기요금이 너무 싸서 그렇다지만 이를 어느 정도 현실화시킨다고 하더라도 양수발전소의 수익성은 매우 낮은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열병합발전소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데 논란 많은 열요금 인상으로 이를 해결하여야 하는가? 열요금을 어느 정도 인상한다 하더라도 수익성이 현저하게 개선되지 않는 문제는 어떤 연유인가? 지역난방공사 민영화하면 열요금이 올라간다고 신도시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이를 어떻게 무마할 수 있는가? 외국에서는 수익성이 좋아서 건설도 많이 이루어지고 잘 팔리기도 하는 가스발전소의 수익성이 우리나라에서는 왜 좋지 않은가? 이래가지고 전력산업 민영화가 잘 되겠는가? 765kV 같은 대용량 송전선로 건설에 주민들과 환경단체들 반대가 많은데 앞으로 송전선 건설이 어려워지면 이를 경제적으로 무슨 수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현재 발전경쟁이 이루어지는 전력거래 방식에서 왜 기저부하시장을 별도로 분리하여야만 하는가? 나중에 양방향입찰시장에서는 단일시장이 될텐데 그 때에 한계계통비용(SMP, System Marginal Price)이 너무 높게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아무 관련도 없어 보이는 여러 문제들은 사실상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구슬들을 꿸 수 있는 실은 무엇인가? 그 답은 발전용 가스가격의 문제로 귀결된다. 즉, 우리나라의 발전용 가스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로 높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시가스와의 상대적 가격비율은 어떠한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LNG를 도입함으로써 우리와 거의 유사한 소비구조와 상품의 특성을 갖는 일본의 경우, 도시가스와 발전용 가스의 가격비율은 거의 6:1 내지 7:1의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약 1.4:1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가격비율은 PNG를 쓰는 영국이나 미국에서의 산업용 대 도시가스의 가격비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발전용 가스가격은 높고 도시가스 가격이 낮은지는 이해할 만 하다. 1980년대 정부가 LNG를 처음 도입할 때에는 도시가스 수요기반이 취약하였다. 그러나 LNG 계약은 take-or-pay의 장기계약으로 매년 일정한 물량이 거의 일정한 속도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정부의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도시가스의 수요기반을 급속히 확장시켜야 했다. 마침 올림픽이다, 신도시 개발이다, 강남의 아파트 붐이다 하여 도시가스 수요기반이 확대되기는 하였으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가스 가격이었다. 정부는 도시가스 가격을 아주 낮게 유지하였고 상대적으로 발전용 가스가격은 높게 유지하였다. 게다가 도시가스는 계절간 수요변동이 컸는데 발전용에서 이를 흡수해 주어서 저장탱크를 적정이하로 건설하여도 수급을 조절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가격관행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도시가스 수요기반이 상당히 성숙하였고 이러한 상대가격체계가 가져오는 왜곡의 문제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발전용 가스가격은 내리고 도시가스 가격은 올려야 한다. 이와 같은 가격체계의 개선이 처음 나열한 에너지문제를 어떻게 개선한다는 것인가? 차례대로 보자.

 ■ 답 ■
발전용 가스가격과 산업용 가스가격을 함께 낮추면 산업용 가스시장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 발전용 가스가격이 정상화되면 일본에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가스발전소가 중간부하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양수발전소는 여름철 심야시간대 전력을 이용하여 물을 끌어올린 다음 낮시간에 냉방부하로 피크가 걸릴 때에 발전을 한다. 그런데 여름철에는 밤에도 가스발전소를 돌려야 하는데 발전용 가스가격이 내려가면 양수발전소의 수익성도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수도권 열병합발전소는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발전용 가스가격이 인하되면 수익성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 게다가 도시가스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경쟁재인 열의 수요가 증가하고 열요금의 인상분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발전용 가스가격이 내려가면 가스발전소의 현금흐름은 좋아지기 마련이다. 연료비용이 싸지기도 하지만 중간부하인 중유와 무연탄과도 당당하게 경쟁하게 되면 이용률이 증가하여 그 수익성이 훨씬 개선되기 때문이다. 발전부문 민영화도 잘 될 것이다. 송전선 건설과 가스발전소는 대체재 관계에 있다. 외국에서도 송전선 건설이 쉽지 않을 때 대수요처 근처에 가스발전소를 짓는다. 발전용 가스가격이 내려가면 가스발전소의 건설이 활발해지게 되어 경제적으로 송전선건설의 애로에 대처할 수 있다. 현재 발전경쟁 전력거래방식에서 기저부하시장을 별도로 분리한 이유는 가스발전소의 변동비가 비싸서 이에 따라 결정되는 SMP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 모두 발전용 가스가격을 내리면 해결될 문제이다. 그렇게 되면 단일시장으로 가도 된다.
 발전용 가스가격을 낮추고 도시가스 가격을 올리는 데에 따른 정치적인 부담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 중 상당부분이 하나의 잘못된 가격체계를 개선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큰 행운이다. 에너지정책의 문제점이라는 거대한 골리앗이 눈앞에 있다. 다행히 급소가 보인다. 어떻게 할 것인가?

조 성 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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