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따라 성장, 도태 갈림길
자금력 따라 성장, 도태 갈림길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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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연 타이거오일 성장가도 그외는 浮沈

단기차익 노리는 영업 탈피가 관건

시장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됐던 석유수입사들이 하반기 들어 자금 여력에 따른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어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기존의 수입사들 중 일부는 영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고 실적이 부진한 몇몇 업체 역시 심각한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된 수입업체만 총 32곳에 이를 정도로 업체수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으나 수출입 등록신고에 반해 물량도입은 몇몇 수입업체가 주도하면서 시장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월말까지 석유제품을 수입하겠다고 산자부에 등록한 업체의 수는 총 32곳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집계 당시 22곳이었던 것이 (주)신한에너지가 환경벤처로 탈바꿈, 경유와 섞어쓰는 바이오디젤유 생산에 사활을 걸고 석유제품 수입업 시장에서 완전히 빠져나간 이후 11개사가 새롭게 업계에 진출했다.
하지만 수입물량이 극히 저조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 복수폴사인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대리점 업자들이 수입업 등록만 해놓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신규 등록한 업체 가운데는 저장규모가 9㎘에서부터 720㎘ 미만인 곳이 있을 정도로 실제 수입을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향후의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운신의 폭을 넓혀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업체는 4월 이후 신규로 진출한 업체 11곳 중 무려 5곳에 이르고 있다.
석유수입사는 외형적으로 보면 저장시설에서부터 수입물량, 그리고 업체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성장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상반기 석유수입 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에만 수입된 완제품은 총 460만2천 배럴. 이는 전년에 비해 약 73.5% 증가한 것으로 올 봄의 등·경유 소비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증가세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말까지 3.2%∼3.5%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체별로 보면 삼연석유판매가 93만1천 배럴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타이거오일(86만9천 배럴), 페트로코리아(73만7천 배럴), 이지석유(59만 배럴) 순으로 나타났다. 수입 유종은 ▲휘발유 55만 배럴 ▲등유 139만8천 배럴 ▲경유 243만8천 배럴 ▲벙커C유 46만 배럴 등이다.
그러나 삼연석유와 타이거오일 등만이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을 뿐 웅진석유, 자이안트오일 등은 상반기 수입물량이 전혀 없어 업체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주)쌍용과 성왕에너지는 비축의무량을 지키지 못해 1개월간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등 업계 내부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각각 지난 1월과 2월 석유비축의무를 위반한 뒤 3개월간의 유예기간에도 이를 달성하지 못해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현행 법규상 비축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일정액의 부과금을 징수하든지 1개월간의 영업정지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두 업체는 부과금보다는 영업정지를 택한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영업포기 상태’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수입사인 (주)신한에너지는 6월말 더 이상 석유수입을 하지 않겠다며 수출입 등록을 취소했고, 한라석유 역시 조만간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수입 시장에는 올해에 들어서만 13개 업체가 새롭게 진입해 수출입 자유화 이후 가장 많은 ‘양적’ 성장을 기록했지만 사실 ‘빈 그릇’이 더 많은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석유제품을 수입한다고 내세울 수 있는 곳은 고작해야 7∼8개社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국내 수입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시장의 판도 역시 이들을 중심으로 형성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올해 들어 가장 비약적인 성장을 보인 석유수입 업체는 단연 삼연석유판매(주)를 꼽을 수 있다.
 삼연석유는 지난 5월초 경기도 평택에 기존 (주)쌍용이 보유하고 있던 4만6천㎘ 규모의 저유시설을 임대하고 자체 저장탱크 5기를 확보하는 등 사세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상반기의 영업 실적 역시 수입사들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그 동안 벌여온 공격적인 마케팅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삼연석유는 영업망 확대와 프랜차이즈 주유소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공급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다수의 수입사들이 자금난 등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연석유의 경우는 지난해에만 860억원 이상의 매출과 2억 이상의 순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연은 올해 3000억원 매출에 50억이상의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연의 서수일 마케팅전략본부장은 “거래하는 주유소의 70% 이상이 정유사로부터 자유로운 무채권 주유소”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된 거래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내부적인 검토 과정이 끝나면 연내 회사 로고를 재정립하고 5∼6개 내외의 직영 주유소를 확보할 계획이며 삼연의 경우 타이거오일을 모델로 직영 주유소를 중심으로 한 거점 판매 형식을 띨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매출량에 대한 순이익 면에서 가장 큰 흑자를 보인 이지석유는 특이한 케이스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매출량은 260억원 정도로 업계 매출 순위 5위였으나 순이익은 2억원대로 매출액대비 이익률에서는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석유는 향후 임대나 프랜차이즈 형식을 띤 주유소를 확보할 계획에 있다고 한다.
국내 수입사 중 가장 많은 직영(28) 및 프랜차이즈 주유소(22)를 확보하고 있는 타이거오일은 지난 8월말 평택에 60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을 준공, 본격 가동함으로써 향후 제품 수출 등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타이거오일 관계자는 “지난해 271억원의 외자를 유치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한데 이어 평택에 저장기지를 완공함으로써 석유 물류비를 크게 줄여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하고, 특히 주유소 복수상표 표시제를 맞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S-Oil처럼 국내 유통망을 강화함으로써 시장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대규모 저장능력을 확보해 국내에 석유제품을 대량 비축함으로써 물류비용이 비싼 일본에 대한 수출도 크게 늘려나갈 예정이다. 타이거오일은 일본에 대한 석유수출이 8월 현재 232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저장기지 준공에 힘입어 대일 수출실적을 올 연말까지 500억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올해 매출 3000억원, 순익 52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타이거오일은 그 동안 외형적으로는 큰 폭의 성장을 했지만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타이거오일은 지난해 동특과의 합병시도 과정에서 빌린 자금의 이자비용과 환차손 등으로 13억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9월 복수폴제가 전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됐던 수입사들이 오히려 바뀐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영남 지역의 주유소에 물량을 공급하던 수입사들은 이전보다 판매량이 현격하게 줄었다고 한다. 영남 지역은 전부터 수입사의 물량이 많이 팔리기로 유명한 곳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불법 유통 등에 대한 벌금과 제재가 상당히 강화돼 이를 우려한 업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
이 지역은 기존의 단수폴제하에서도 폴 자체가 유명무실한 곳인데, 오히려 이들 주유소에게는 복수폴제로의 전환이 ‘없던 법이 새롭게 생겨난 셈’이라는 설명이다.
기존의 무채권 자영 주유소들은 자신의 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물량을 공급받아 왔던 게 업계의 현실이었다. 단지 영수증만 꼬박꼬박 챙기고 세금만 제대로 내면 되는 줄 알았던 이들에게 복수폴제는 오히려 족쇄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의 폴 때문에 찾던 고객들을 외면한 채 무폴로 전환할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가 복수폴로 운영하자니 정유사의 반대에 부닥칠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수입사 관계자는 “현재 주유소들이 수입사 물량을 예전처럼 받아도 되는지에 대해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복수폴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수입사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에 쌓아왔던 무채권 자영 주유소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며 차라리 폴사인제 자체를 폐지하는 게 수입사들에게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폴사인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으면 그만큼 수입사로서는 이득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무채권 주유소가 복수폴을 시행하려고 해도 정유사의 반발에 막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유사의 횡포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에 업계는 복수폴이 시행되면 전국의 주유소들이 보다 다양한 회사로부터 유리한 조건에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어 수입사들의 영업환경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향후 행보에 의해 수입사들의 입지도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감각이 성패를 좌우하는 수출입업에 있어 영업과 무역은 둘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이는 석유수입업 역시 마찬가지다. 영업과 무역이라는 ‘패키지’가 충족되지 않고서는 수입업의 특성상 당장에 자금 압박 등에 시달리게 된다는 게 일반적인 관점이다. 특히 국제적인 상황에 민감하고 발빠른 대처능력이 필요한 무역 부분은 가격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수입사의 경쟁력과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국내 수입사들은 대부분이 기존에 대리점을 운영하다가 수입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아 이들 업체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무역 부분이다. 무조건 제품을 수입해 판매한다고 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영업능력이 뛰어나도 제품의 수입단가가 타 업체와 차이가 나서는 곤란하다. 정확한 예측과 타이밍을 통해 최대한 수입단가를 낮추고 국내외적인 상황을 고려, 수입처로부터 언제든지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신속함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며 진출은 쉽지만 생존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수입사들 중 이 같은 무역에 대한 감각을 지닌 곳은 불과 몇 군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수입사의 등록이 간소화돼 누구라도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수입업을 할 수 있지만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올해는 수입사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재편의 중심에서 도약이냐 탈락이냐는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향후 석유수입사의 판도 역시 이 부분에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예측하는 전문 트레이더 양성과 무역부 직원들의 능력을 배가시켜 단기차익을 노리고 영업에 임한다는 비난을 상쇄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업계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자금여력과 유통망 확보, 복수폴제 하에서의 제품 신뢰도를 제고시키는 것이 수입사 성장의 관건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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