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인터뷰
장관의 인터뷰
  • 한국에너지
  • 승인 200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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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장관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가 여기저기 언론에 나오고 있다.
취임한지 일주일도 안된 장관들이 그동안 업무를 파악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지 의심스럽다.
산자부의 경우라면 1주일의 시간은 보편적으로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또 물리적으로 기본적인 업무보고 만이라도 제대로 받을 시간적 여유가 되지 못한다.
장관의 자리에 새로 앉은 사람이 정책적인 기조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우리의 경우는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적인 타당성을 검증하고 나서 장관의 견해를 밝히기 보다는 얼굴을 내기 위한 인터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신국환 산자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에너지 탄성치를 현재 0.83에서 3년 내 0.5 이하로 줄여 선진국 수준의 에너지소비증가율에 맞춰 나간다고 했다.
과연 가능한 일이겠는가. 우리는 15년 정도 에너지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서 왔고 또 에너지 탄성치를 0.5이하로 3년 내에 줄이기 위해서는 해마다 0.11씩 에너지 탄성치를 낮춰나가야 한다.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에너지소비증가율을 최소한 경제성장률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조차 3년 내에는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신월성 원전의 노형과 관련해서도 이미 암묵적으로 캔두9형을 선정한 것이 3년이 넘는데도 계속해서 선정의 기준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수준에서 머무는 것은 업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중공업과 한국전력기술의 민영화에 관해서도 그렇다. 한국중공업의 민영화는 일단 일정이 잡혔으나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고 한기 역시 현 상태로는 말만 무성할 뿐 제대로 가닥이 잡힌 게 없다.
불과 두 달 안에 한중을 공개입찰로 매각해 새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게다가 한기를 한중에 흡수시키겠다는 것이 발전과 설계까지 한중에 몰아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어느 모로 보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말이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 밖에 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자리에 앉으면 의욕을 갖고 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의욕만 앞선다면 곧 그 의욕은 실망으로 바뀌고 만다.
장관의 자리에 새로 앉으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전임자의 업무를 승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 업무의 타당성을 세밀히 검토하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보완 수정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아무리 능력이 있을지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LPG 가격을 휘발유 가격의 절반이상으로 올리게 되면 LPG 차량 시장은 죽게 마련이다.
그리고 장애자나 영업용을 별도 지원하고 이중가격체계를 형성한다면 또 새로운 부조리를 만들어 내는 형국이 되고 말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어떠한 것이든 모두에게 이익은 되지 않는다.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을 때는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성급히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보다는 업무 파악에 매진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 정책방향을 결정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장관의 자리는 정말로 막중한 자리이다. 특히 산자부 장관의 자리는 경제정책의 주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발전의 방향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 하는 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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