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줄이면 전기요금 폭등?...에너지전환의 오해와 진실
원전 줄이면 전기요금 폭등?...에너지전환의 오해와 진실
  • 오철 기자
  • 승인 2019.12.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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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과 원전감축….그리고 가짜 뉴스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탈원전’에 관한 경제 보고서 내용이 전기요금 인상 논란에 불을 집혔다. 미세먼지가 심해진 얼마 전부터는 미세먼지가 에너지전환 때문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기-승-전-탈원전’으로 귀결되는 에너지 뉴스들. 가짜 뉴스까지 범람하니 혼란은 가중된다. 이제부터 에너지전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고자 한다.

■ 원전줄이면 전기요금 폭등?

지난 8일 전국경제인엽회에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내 시장이 화제다.

보고서는 내년도 전기요금이 2017년 대비 5% 증가하고 2030년에는 25.8% 증가할 것이라 분석했다. 이 예측은 정부가 예측한 2022년 1.3%, 2030년 10.9% 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보고서는 기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전환한 것을 탈원전 정책으로 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환경비용을 포함한 총 전력생산 비용인 균등화발전비용(LCOE)에 대해 시나리오별 분석결과를 도출했다.

정부는 즉시 반박했다. 균등화발전원가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아닌 신규설비의 발전원가를 분석하는 데 주로 쓰이는 지표라는 것이다. 전기요금 전반에 대한 효과 분석 방법론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전기요금 전망 [자료:산자부]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전기요금 전망 [자료:산자부]

또한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신규설비와 기존설비를 포함한 모든 설비를 감안해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이미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인정했지만 보고서처럼 충격적인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럼 왜 전기요금이 증가하는데도 원전을 줄여야 할까?

■ 원전 감축은 왜 필요한가?

원자력발전은 우리나라 발전비중의 29%(2위)를 차지하는 중요한 전력원이다. 발전단가도 가장 낮아 환경급전이 고려되지 않은 우리나라 급전순위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가동되는 발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전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 8년전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면 방사능 누출로 인해 사고 지역이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무인지대’로 남겨져 있다. 정부는 “국민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원전을 계속 사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로 안전하게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를 관리·보관할 고준위방폐장도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원전을 계속해서 늘리는 것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만드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갑자기 줄일 수는 없다. 에너지전환도 당장 원전을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중인 원전을 설계수명까지 최대한 운영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60년은 더 원전이 가동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도별 원전 운영 전망(기수, 현재기준) [자료:한국에너지문화재단]
연도별 원전 운영 전망(기수, 현재기준) [자료:한국에너지문화재단]

2024년에는 오히려 원전이 지금보다 2기 늘어나 26기가 된다. 현재 24기에 설계수명이 다하는 고리 2·3호기를 폐쇄하더라도 신규원전 4기가 2024년까지 완공된다. 이후 추가적인 원전 폐쇄에도 불구하고, 2030년에 원전 18기가 여전히 가동되고 이때 원전의 발전비중은 약 24%를 담당할 전망이다.

사실 원전 감소는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의 일부일 뿐이다.

에너지전환은 다양한 발전원을 조합해서 최적의 에너지 공급방법을 모색하고 현재의 다소비 에너지 구조를 효율화해서 에너지를 더 적게 쓰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이에 관련된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에너지전환이다.

에너지전환의 특징
에너지전환의 특징

에너지전환이 필요한 이유는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줄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 위험성이 높은 원전대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바뀌기 위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분산전원을 통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등 다양하다.

■ 탈원전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불가능 하다?

지난해 일부 경제지에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하고 이를 위해 원자력발전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특별보고서에서는 원전확대를 직접적으로 권고하고 있지도 않았으며 국가의 정책 방향에 대해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밝혀졌다. 보고서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에너지수요 감소, 저탄소 발전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을 뿐이었다.

온실가스 감축 때문에 원전을 다시 짓자는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다.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서 원전이 제시될 수는 있지만,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주포항 지진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안전기준 강화로 원전의 경제성 또한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원전의 안전성, 지역수용성, 환경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우리나라는 원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한 것이고, 많은 선진국들의 공통된 결론이기도 하다.

■ 탈원전 때문에 석탄발전 늘리면서 미세먼지 증가했다?

전력공급의 중심이 되는 원자력발전소를 줄이는 정책에 따라 부족한 전력을 채우기 위해 석탄발전소 가동을 늘려 미세먼지가 늘었다는 지적에 정부는 아니라고 답했다.

최근 3년간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배출량
최근 3년간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배출량 [자료:산자부]

우선 2017년부터 석탄발전의 미세먼지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전국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초미세먼지는 2016년에 약 3.1만톤이었지만, 2017년에는 2.7만톤, 2018년에는 2.2만톤이 되어 2016년 대비 25.5%가 감소했다. 발전 전체로는 27.4%가 줄었다.

올해 겨울부터는 미세먼지 고농도시기에 석탄발전 15기를 멈추고 나머지 석탄발전기도 상한제약을 하는 등 미세먼지 감축 총력전에 나섰다. 겨울철 전력 수요가 증가하지만 석탄발전을 줄여도 전력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실제로 12월 첫째 주 석탄발전 총 12기를 가동정지하고 최대 45기에 상한제약을 시행해 미세먼지 배출량(PM2.5)을 작년 동기 대비 약 46%(187만톤) 저감했다.

이처럼 30년 이상 된 노후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쇄 및 봄철 셧다운, 석탄발전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설비 투자, 고농도 미세먼지 경보 시 석탄발전 출력제한 등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들을 취한 결과, 석탄발전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다.

아울러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에 석탄과 원전 발전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재생에너지가 늘어나게 되면 2030년에는 지금보다 미세먼지가 6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 탈원전 국가에서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일부에선 원전을 줄이는 정책을 펼치면서 원전 기술을 수출하는 정책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선진국에서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프랑스, 일본이 자국의 원전 건설을 축소하면서 수출은 적극적으로 늘리는 국가다. 이처럼 에너지전환과 원전수출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다.

신규 원전을 도입하는 국가들도 엄격한 기준으로 원전 사업자를 선정한다. 신규 원전 도입국은 원전의 경제성, 안전성, 경제협력 등 국익에 대한 기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전을 선택하고 있다. 도입국은 원전수출국의 국내 사정보다 자신들의 선정 기준을 만족하는 원전을 선택하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편, 탈원전 때문에 600조원의 세계 원전 건설시장 놓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신규 계획된 원전 가운데, 미국·중국·러시아 등 원전기술 보유국에서 계획중인 원전과 이미 사업자를 선정한 원전 등을 제외하면 우리가 실제 접근 가능한 원전은 9기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도입절차를 추진 중인 국가를 중심으로 수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원전 도입계획을 구상하는 국가에도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수주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공동 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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