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너지 문제, 근본적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사설] 에너지 문제, 근본적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9.10.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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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최근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의 공격으로 국제 유가가 잠시 등락을 거듭했다. 국내에서도 자동차 연료의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이기는 했지만, 마치 찻잔 속의 태풍처럼 지나갔다. 물론 최근이라고 해서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완전히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현상은 중동산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과거에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작은 일에도 출렁거렸던 국제 석유가격은 이제 웬만한 악재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얼리어답터들의 신기한 물건으로 취급받았던 전기자동차도 이제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최근에는 배터리의 세대교체가 진행중이다. 에너지 분야의 변화가 얼마나 빨라지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전력 수급 패턴도 달라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태양광과 풍력, 여기에 연료전지 등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자원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규모나 자가발전용 신재생에너지 자원은 앞으로 계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대도시에서는 에너지 효율형 자립형 아파트 등을 통해 증가할 것이고, 소도시들은 인구 대비 효율성 차원에서 도입이 역시 증가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석탄화력과 원자력 같은 기존의 기저 부하는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새롭게 대거 편입되고 있는 부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다양한 연료 자원의 바이오화, 무해화, 저탄소화 혹은 무탄소화 역시도 가속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존 화석 연료 자원 역시 더욱 정제되거나, 이를 이용하는 내연기관의 환경설비를 고도화하는 노력이 계속해서 결실을 맺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이같은 에너지 소비 환경의 변화는 에너지 정책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적응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것은 일반 소비자들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고, 산업계에는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과거의 틀에 의해 짜여진 에너지 수급조절은 그 기틀은 유지하되, 현재의 시점에 맞게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주택용 전력의 상당 부분이 일반용이나 산업용으로 대체된 현재에는 주택과 사업체 등에 대한 전력 공급 방법을 점차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미 석유 수요의 일정 부분을 전기나 다른 에너지원들이 차지한 만큼 기존의 석유 수급 방침에도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이외에도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는 미래형 에너지 소비에 대한 연구를 참조해 국내의 정책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

미래의 에너지 분야는 생산과 소비에서 개별성과 간헐성이 점차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회가 점차 집단보다는 개인에게 주목하고 있는 것을 유심히 보아야 에너지 수급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정책은 이러한 추세,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의 사정과도 별로 상관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자원에도 여전히 대형화를 통한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정책에서 그래도 평가해 줄만한 지점은 안전과 환경에 관한 강조다. 아직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도무지 불분명한 이 강조점을 조금 더 확실하고 분명하게 정책에 반영해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도록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소비 양상의 개별화, 소형화, 간헐성 등을 생산 체제, 요금 체계 등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도 숙제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불편함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정책으로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영토 내에 있는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계획, 그리고 전력 계획 등에서 최근의 변화에 대하여 확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우리들의 귀에 들려오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 환경의 변화는 그냥 신기한 미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 수천년, 수백년에 걸친 변화는 이제 수년에서 십년이면 끝난다. 에너지 분야의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이를 대비하는 정책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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