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화, 현대오일뱅크에 85억원 배상해야”
법원 “한화, 현대오일뱅크에 85억원 배상해야”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9.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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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과정 우발채무 손배소…한화 배상책임 60%로 제한

[한국에너지신문] 현대오일뱅크가 구 한화에너지(현대 합병 후 인천정유)를 합병하면서 발생한 우발채무에 대해 한화그룹 측에 제기해 10여년을 끌어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금명간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6부(부장 김시철)는 27일 현대오일뱅크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케미칼, 한화개발, 동일석유 등을 상대로 낸 손배소 세 번째 2심에서 85억여원과 지연손해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일부 상고한 160억여원에 대해 판단한 뒤 김 회장과 세 법인의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2차 파기환송 때 먼저 인정된 인용액과 지연손해금 등 10억원은 제외했다.

이 사건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현대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는 구 한화에너지 주식 946만주를 사들여 합병했다. 주식양수도 계약서에는 한화에너지가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계약 이후 위법 사항이 뒤늦게 발견돼 현대오일뱅크에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한다는 진술·보증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현대오일뱅크가 인수한 뒤 한화에너지에는 각종 행정제재와 소송 등이 계속됐다. 공정위는 한화에너지가 타 정유사와 군납유류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조사를 벌였고, 2000년 4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1년 국가는 한화에너지 등의 군납유류 담합으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해 한화에너지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억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합병 2~3년 새에 담합과 관련된 각종 소송으로 변호사 비용, 벌금 등을 지출한 현대오일뱅크는 인수합병 당시 계약서의 보증조항을 근거로 322억원을 물어내라며 2002년 김승연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김 회장 등이 변호사 비용과 벌금 2억원 등 총 8억 2730만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대 측이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소송을 벌이고 있고, 국가가 제기한 손배소에서도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아 이를 배상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2심은 현대오일뱅크가 한화에너지의 군납유류 담합 사실을 인수합병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양측이 계약체결 당시 진술보증 내용을 위반한 사실을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손해를 배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소송은 현재까지 무려 17년이나 끌게 됐다.

두 번째 2심에서는 원고인 현대오일뱅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해야 하지만, 손해액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배상액을 10억원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과징금 및 소송비용 등 회사의 우발채무 전부가 손해”라며 2심 재판부가 배상액을 다시 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세 번째 2심에서는 대법원 판단대로 “피고가 우발채무 등 원고의 손해를 배상해줘야 한다”면서도 “손해의 원인이 된 담합행위에 원고가 가담해 손해 발생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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