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안전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전문가 칼럼] 안전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9.07.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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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교수
천영우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설계개념(Design Philosophy), 운영개념(Operation Philosophy), 안전개념(Safety Philosophy). 필자는 1990년대 중반 플랜트 설계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었다.

그 당시 업계를 선도하는 외국 회사들에서 설계한 자료들을 검토하는 기회가 많았는데, 그 자료들을 보면 ‘설계’, ‘운영’ 및 ‘안전’의 세 가지에 대한 개념을 항상 명시하고 있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통상 ‘개념’으로 번역되는 글의 원문이 ‘Concept’나 ‘Idea’가 아니라  ‘Philosophy’라는 점이고, 그 당시 선도하던 기업들은 품질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안전’ 또한 이미 별개의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세계관’, ‘사고방식’의 다소 포괄적인 뜻으로 경영철학, 과학철학, 법철학 등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사용되는 철학(Philosophy)이란 용어는 고대 희랍어의 ‘필레인(사랑하다)’, 소피아(지혜)의 합성어로써 이런 지혜를 사랑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본질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비추어 볼 때, 20여 년 전 선도기업에서 다루고 강조하던 ‘설계’, ‘운영’, ‘안전’에 대한 끊임없는 본질 추구는 공장을 설립하여 운영하거나, 새로운 제조산업을 만들거나 또는 영역을 개척함에 있어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요구되고 있다고 본다.

한편, 토마스 쿤이 제안하고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패러다임(Paradigm)은 한 시대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방법, 문제의식 등의 체계를 뜻하는데, 우리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라는 방식을 통하여 현재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 왔다. 

곧, 생산과 성장 위주의 정책, 조직에 충성하는 성실한 근로자 등을 통하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기업들을 추격하여 왔고, 현재는 철강·조선·자동차·전자·화학의 민간 제조산업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전력과 에너지 공급 인프라의 확충과 더불어 5G로 대표되는 통신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더 이상의 추격자가 아닌 글로벌 리더의 자질이 요구되는 시점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패러다임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항상 생성·발전·쇠퇴·대체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고 토마스 쿤이 주창했듯이, 글로벌화된 국내 기업들은 기업가 정신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제품 또는 새로운 사업모델의 설계 및 운영에 있어서 선도기업으로서의 철학을 일정 갖추고 있는 반면, 안전·보건·환경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리더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양하고 많은 사고를 여전히 경험하고 있고, 이러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에만 관심을 두어 당장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곧, 본질을 추구하고 개선하려는 철학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철학은 적어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임을 감안할 때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설계 및 운영의 가치와 더불어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찾는 것이 리더 기업 또는 리딩하는 조직의 당면한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결국 안전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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