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산업은 죽었다
원자력발전산업은 죽었다
  • 남부섭
  • 승인 2019.06.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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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원자력발전산업이 무너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반도체·조선·원전 3대 산업 가운데 하나인 원전산업이 무너져 내렸다. 50여년을 공들여 쌓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90년대 초반 정도가 아닐까? 한전은 원전 건설에 들어가는 부품의 국산화율을 50% 달성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기억이 있다. 1973년 고리 원전의 미국의 경수로를 시작으로 그 이후 월성원전은 캐나다의 중수로를 건설하면서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 역사는 시작됐다.

20여년 만에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의 50%를 국산화한 것은 모든 자재를 수입하던 입장에서 대단한 쾌거였다.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어 1998년 최초로 한국형 원자로를 탄생시켰다.

원천기술의 옵션을 제외하고서 우리는 원전발전의 모든 기술을 국산화했고 한국형 원전은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국가 프로젝트로 투자하여 유일하게 성공한 산업이 원전산업이다.

산업역사가 일천한 우리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은 원전기술과 반도체 기술이다.

이 분야만이 설계·운영 기술을 우리가 갖고 있다. 반도체 기술은 한 기업이 사운을 걸고 투자했고 원전은 정부가 ‘묻지 마’ 식으로 투자하여 이룬 성과다. 피와 땀, 시간과 돈, 오늘에 이르기까지 들어간 노력은 계산되지 않는다.

기술 유출은 어디까지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다.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보안 USB 9487개 중 3391개인 35.7%가 회수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회수하지 않은 USB가 전부 유출되지 않았다 치더라도 우리의 원전산업은 이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국제 원전 시장은 보통의 제품 한두 개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민간 기업이라 하더라도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는 수주를 할 수 없다. 일본을 비롯한 원전 수출 국가는 현금 차관, 인프라 등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의 로비를 한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이러한 로비를 할 수 없어 당장 돈이 들어가지 않는 안보협력에 사인했던 것이다. 정쟁거리로 볼일이 아니다.

원전 한 기를 건설하려면 토지 확보에서 준공에 이르기까지 약 10년 정도는 걸린다. 그리고 비용도 10조원이 넘게 들어간다. 예정된 부지를 백지화하고 나면 또다시 부지를 확보하는 일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던 원전산업을 우리 손으로 죽였다. 세계사적으로 자국의 산업을 이렇게 죽인 역사는 없을 것이다. 두 번의 군사 쿠데타를 겪은 역사 속에서도 산업을 이렇게 죽인 일은 없었다. 기업인을 부정 축재자로 몰았어도 산업은 죽이지 않았다.

현 집권세력의 기반은 과거 재야 반원전 세력이다. 재야시절 반원전을 외쳤다 하더라도 원전산업을 재조명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집권자의 통치 자세가 아닐까?

산업을 적폐 청산처럼 감방에 가두는 일은 대단히 큰 실책이다. 역사를 두렵게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원전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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