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 수입 70% 지나는 바닷길 막히나…'유가 상승' 우려
국내 석유 수입 70% 지나는 바닷길 막히나…'유가 상승' 우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6.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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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피격 사고 후 중동 지역 긴장감 고조

[한국에너지신문] 세계 최대 원유 운송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고 이후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당장은 유가 상승폭이 미미하다. 하지만 앞으로 위기 상황이 더욱 심화되면 수입 물량의 70%가 이 곳을 지나는 한국의 경우 최종 소비자까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브렌트(Brent)유는 배럴당 62.14달러를 기록했다. 피격 사고 전날인 13일(61.31달러)과 비교하면 1.35% 오른 수치다.

피격 당일인 지난 14일 장중 4% 이상 급등했던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유가 상승폭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14일(62.01달러) 이후 주말이 지나 첫 거래일이었던 17일에는 배럴당 60.94달러로 마감해 1.73%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부 텍사스(WTI)산 원유는 사고 전날인 13일 배럴당 52.28달러에서 18일 53.90달러로 다소 올랐지만, 두바이(Dubai)유는 13일 60.32달러에서 18일 59.98달러를 기록해 피격 사건 이후 유가가 하락했다.

아직 유가 상승 폭이 생각보다 적은 건 글로벌 무역 전쟁과 중국의 경기 부진 등으로 세계 원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세계 원유 수요에 대해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7만배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만배럴씩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으로 원유 공급이 크게 증가한 점도 국제유가의 상승을 막았다.

호르무즈 해협 © 뉴스1

하지만 석유업계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당장은 이번 피격 사고의 영향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사고로 대변되는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은 세계 석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해 국제 원유 시장이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아라비아 반도의 주요 산유국들은 이번에 피격 사고가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생산 원유 대부분을 보낸다. 로이즈(Lloyd’s)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으로 수송되는 원유는 1680만배럴로, 전 세계 해상 수송량 중 가장 많은 32%를 차지한다.

특히 현재 한국은 수입 물량의 70%가량을, 중국도 80%를 이곳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이런 높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우디 등 걸프국들은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현실화되고 있지 않다. 석유 운송 통로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곳의 정세 불안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 정세도 악화일로다. 지난 17일 이란이 핵협정(JCPOA)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감축·동결 의무를 일부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몇시간 뒤 미국 정부는 중동 지역에 1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이 이에 대응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긴장 수위가 계속 높아지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 향후 극심한 갈등으로 번져 원유 수입 경로가 불안해지면 국제 원유 시장에 상당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가에 지정학적 리스크 비용이 반영돼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미 선주나 선사, 보험업자 등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운임료와 보험료를 인상하려 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선박 피격 피해를 입은 노르웨이의 보험업계는 해운 보험료 산정시 전쟁 관련 리스크의 보험금을 인상할 예정이다. 중동 지역 해운 보험료는 아랍에미리트(UAE) 인근에서 유조선이 공격받은 지난달 이후 이미 5% 이상 인상됐다.

이렇게 상승한 선박 운임 비용은 그만큼 국제유가에도 반영된다. 영국의 로이드 해상보험협회는 지난달부터 페르시아 걸프만 해역의 안전경보 수위를 2005년 이라크 전쟁 이후 가장 높은 단계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앞으로 긴장 수위가 더 높아진다면 당시보다 운송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동 지역의 갈등이 격화될 경우 현재 배럴당 60달러 수준인 브렌트유 가격이 크게 올라갈 수도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최악이 될 경우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지역의 정세불안으로 국제 원유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원유 수송비용의 상승은 우리나라 정유사 입장에선 원가 상승을 의미하기에 최종 소비자의 석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피격 사고에 따른 국제유가 추이를 모니터링하며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사고 직후인 지난 14일에는 석유 수입 업계와 긴급 점검회의를 갖고 수급 불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 15~1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석한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는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국제 에너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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