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누진제, 공정성·예측가능성이 중심 돼야
전기료 누진제, 공정성·예측가능성이 중심 돼야
  • 한국에너지
  • 승인 2019.06.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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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관련 논의는 여름을 앞두고 하는 연례 행사가 됐다. 정부가 올해도 또 한전과 학계 인사,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전기료 누진제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 3개의 안을 만들었다. 전문가 토론회와 공청회까지 끝났으니, 이제 대안을 선택해 시행하는 것만 남았다. 

발표된 안 가운데 1안과 2안은 현행 누진제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다만 여름에 사용량이 급증하는 것은 냉방에너지원으로 전기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 구간을 확대할지 말지가 관건이다. 3안은 연중 단일요금제로 변경하고 누진제는 폐지하는 것이다. 

특히 1안과 2안의 문제점은 현행 누진제를 유지하면서 여름에 급증하는 전기 소비를 인정하고 이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깎아준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주체가 생기게 된다. 대부분 이를 떠맡는 것은 한전이다. 정부는 1안 아니면 2안을 실시하려는 모양이다. 

누진제는 과거 오일쇼크로 대표되는 에너지 파동을 거치면서 2차 에너지, 즉 1차 에너지를 원료로 해서 만들어진 에너지인 전기를 다소비하는 개인에게 그 비용을 전가시키려고 만든 것이다. 특히 산업화 시대에 산업 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전기가 가정용으로 사용되어 부족하다는 논리로 주택용 전기 사용을 막아 오던 관성이 그대로 묻어 있는 제도다. 

문제는 요금이 사용량과 정비례하지 않는 데에 있다. 사용량만큼 요금을 낸다면 요금에 대하여 예측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평균보다 조금 더 써도 꽤 많은 요금을 물리는 구조이다 보니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사용량과 소득과의 관계도 불분명하다. 전국 각지에는 1~2인 가구가 상당수다. 이 집들은 직장이나 학교생활 등의 문제로 자기의 원래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가는 등 다양한 이유로 하나의 가구를 구성했다. 과거에는 ‘저소득 독거 어르신’이 1인 가구의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고소득 1인 가구도 많아졌다. 전기 냉방기, 특히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전기 공조설비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10여 년 이상 확산돼 왔다. 그런데 전기료 누진이라는 아이디어는 수십 년 전의 것이다.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쉽게 바꾸기 어려울 것이다. 공무원들의 관성 때문이기도 하고, 제도의 안정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매년 여름마다 같은 논의를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정부는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7월과 8월 사이의 주택용 하계 전력 수급과 관련된 문제는 한번 메꾸고 지나간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실 소비자들이 특히 전기료 누진제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전기료 자체가 투명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요금=가격’이라면 가격은 원료비와 생산비에 이익을 붙여서 정한 값이다. 공기업을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지급되거나 판매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특히나 더 정보 기반의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기료는 어떠한가. 이제껏 용도별로 전력 생산의 원가조차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었다. 2016년 누진제 개편을 공식화하기 이전에 한전은 매년 영업이익만 10조 내외를 올렸다.

공기업이지만, 동시에 주식회사인 한전이 실적이 좋던 시절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과 직원들에게 지급한 고액의 보너스가 아직까지 회자되는 것은 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기 소비자들은 과연 전기료가 공정한지를 묻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요금의 할인이 아닌 공정성,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요금 이외에 전력 산업, 에너지 믹스와 밸런스, 국민 전체의 복지와 관련된 논의를 할 수 있다.

한전의 한 인사가 용도별 전기요금 공급원가와 도소매 가격 등을 공개하는 방안에 관한 의견을 피력한 점은 고무적이다. 독일과 같이 요금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항목을 사실상 모두 공개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씩이라도 해 나가야 한다. 

전기 소비자의 요금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의 한전의 체질 변화, 에너지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을 어떻게, 또 얼마나 빨리 내리느냐가 한전, 더 나아가 국내 전력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명운을 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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