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만큼 내라’는 요금의 원칙
‘쓴 만큼 내라’는 요금의 원칙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6.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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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희 기자
조강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아파트만 아니라, 빌라나 다세대 등도 셋집에 살면 ‘관리비’를 낸다. 2~3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물린다. 여기에 수도료가 포함된 경우가 있다. 집주인이 상하수도를 설치할 때 계량기를 세대 별로 나누지 않아서 그렇다. 그런 집주인에게는 세입자도 수도료 때문에 꼬치꼬치 묻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수도료도 물을 쓴 만큼 내는 것이 이치에 맞다. 

전기도 쓴 만큼 요금을 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전기도 ‘공공재’고 ‘복지’라고 말한다. 마냥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전기는 벼락을 끌어다 쓰거나 정전기를 모아서 쓰지 않는 한 2차 생산품이다.

부지를 구입해 발전소라는 커다란 공장 단지를 짓는다. 연료를 태우고, 물과 바람 등 유체의 위치에너지나 마찰에너지를 이용하거나, 햇빛과 햇볕을 활용하는 등 방법은 다양하지만, 생산에 아무것도 들지 않는 발전(發電) 방법은 사실상 없다. 더구나 어떤 발전 방법이든 일정 정도의 환경 파괴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집주인이 물값을 기타관리비와 통합해서 한꺼번에 받아 처리하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듯, 전기료에 다양한 할인을 붙여주는 것이야 생산·판매자의 자유일 수 있다. 일종의 예외다. 하지만 원칙은 있어야 한다. ‘쓴 만큼 돈을 낸다’는 원칙이다. 그리고 ‘쓴 만큼’에는 ‘지구를 갉아먹은 값’이 들어 있어야 한다.

‘전기를 풍족하게 쓸 수 있는 나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틀어 땅이 넓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일각에서는 원자력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신재생에너지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중이다.

하지만 자원도 땅도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과연 어떤 에너지원이 전기 에너지의 풍족한 사용을 보장할 수 있을까. ‘있다’고 하는 순간, 해당 에너지원에 모든 것이 집중된다면, 그 에너지원의 보장가능성은 ‘0’으로 수렴된다. 자원 시장은 판매자 우위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자들은 5~6월이 가까워지면 전기료 누진제로 지면(紙面)의 어느 만큼을 채울지 고민한다. 정부는 기자들에게 뉴스 소재를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원칙을 세우는 것에 고민을 집중해 주기 바란다.

주택용과 일반용 등 비생산 분야 요금과 생산 분야 4종 요금을 차별하는 일이 과연 현재도 합당한 일인지, 계절과 시간별 차등 요금제를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고민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결론은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예외와 변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금제이어야 한다. 정책에는 소통이 중요하지만, 지속성도 중요하다. 매년 널뛰듯 바뀌는 제도만큼 피곤한 것도 없다. 

정부는 전기료에도 ‘쓴 만큼 내라’는 원칙을 세워 놓고 소폭의 예외와 변동을 완충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에너지 계획, 전력 계획이다. 매년 바뀌고, 아침에 바꿨다 저녁에 고쳤다 하는 것은 ‘무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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