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부실한 안전기준 주 원인"…정부책임론 불가피
"ESS 화재, 부실한 안전기준 주 원인"…정부책임론 불가피
  • 조성구 기자
  • 승인 2019.06.11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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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 정책 미흡…시스템별 호환성 부족
김정훈 민관합동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ESS 화재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잇따라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이 배터리 자체 결함도 있지만 안전 기준과 설치·운영 부실 문제가 더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의 안전관리 허점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안전 기준이 취약한 상황에서 ESS 보급에만 치중하다가 벌어진 사태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부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1일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가 발표한 ESS 화재 원인은 크게 Δ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Δ운영환경 관리 미흡 Δ설치 부주의 Δ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로 지목된다.

일부 배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으나 이런 결함을 적용한 실증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배터리 자체 결함보다는 현행 안전 규제나 운영·관리 미흡이 화재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조사위 원인 분석의 핵심이다.

이를테면 배터리 셀 안전 인증 절차가 없어 생산공정상의 셀 결함 발생을 막지 못했고, 표준화 정책 부족으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전력관리시스템(PMS),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시스템통합(SI) 등 ESS를 구성하는 각 시스템별로 호환성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배터리 시스템에 과전압·과전류와 같은 전기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배터리 보호 체계인 랙 퓨즈가 이를 차단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절연 성능이 떨어진 직류 접촉기가 폭발하는 등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위는 분석했다.

김정회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관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ESS 실증실험을 하는 상황에서 설비 운영·관리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사고 발생에 대해선 분명 우리가 인정해야 할 부분이기에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설치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현행 안전 기준을 보면 ESS 성능 기준은 물론 배터리나 PCS(전력변환장치)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인증 기준이 없다. 설치 장소에 따라 ESS 설치 용량을 제한하는 규정도 없고, 병원·호텔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돼 있는 주요 설비임에도 소방·방화시설로 지정해 놓지도 않았다.

이날 정부 조사위원회의 화재원인 결과 브리핑 상당 부분을 안전강화 대책에 방점을 둔 이유도 이과 무관치 않다. 정부가 ESS 보급에 앞서 안전 관련 규제를 좀 더 강하게 만들었더라면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을 가능성은 낮았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 조사위원들이 특정 대기업 제품의 배터리 셀 자체 결함을 확인하고도 자세한 설명 없이 운영·관리 책임으로만 몰고 가자 조사 자체에 대한 객관성 결여 문제도 거론됐다.

이에 대해 박정욱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은 "오늘 조사위를 통해 발표한 내용은 객관적인 조사 겨로가를 밝힌 것이지, 어떠한 가치를 넣어서 판단한 부분은 없다"며 "특정 기업을 생각한다든가 이런 부분은 절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ESS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보관시설이다. 2017년 1.2GWh였던 국내 ESS 설비 규모는 지난해 4배나 성장한 4.7GWh로 늘었고, 금액도 같은 기간 3억 6000만달러에서 12억 4500만달러로 급증했다.

하지만 ESS 양적 성장의 부작용으로 2017년 8월 전북 고창군의 한국전력 실증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올해 5월까지 총 23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결국 정부는 전국 1500여개의 사업장 중 700여곳을 가동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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