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을 부실 기업으로 만드는 과도한 할인제도
한전을 부실 기업으로 만드는 과도한 할인제도
  • 남부섭
  • 승인 2019.06.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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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정부가 전기 요금제도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 요금제를 말하기 전에 전기 사용료는 재화의 이용료인가 국가가 강제로 징수하는 세금인가?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진 것이 전기요금이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재화를 지불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분명 사용료다. 그러나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국민이 없는 가운데 정부가 51%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이고, 사용료를 한전이라는 정부 대행 사업자에게 내고 있어 세금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이보다 더 세금 냄새가 나는 것은 전기 요금제도다.

한전이 적자가 난다고 아우성치고 있지만 정작 이번 개편안에는 대부분 전기료 인하 쪽으로 가닥이 잡혀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제도 개편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세금이라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전기를 국민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전기요금제도에는 11가지나 되는 할인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한전에 근무하는 사람도 잘 모르고 소비자인 국민도 잘 모른다. 내가 내는 전기요금을 정부가 깎아 주는지도 모르고 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할인 표시가 없다.

전기요금 할인 대상은 참으로 다양하다.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한 달에 200㎾ 이하를 사용하는 가구에 대하여 월 4000원 정도를 깎아 준다. 이 대상 가구가 약 958만 호나 된다. 웬만한 오피스텔은 여기에 모두 해당된다. 이 제도를 필수사용공제라고 하는데 이는 소득에 상관없이 사용량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한전은 약 4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그리고 복지할인제도가 있다. 장애인, 기초수급, 차상위 계층, 사회복지 등 이해가 가는 대상도 있지만 출산 가구, 3자녀 이상 가구, 조부모와 함께 사는 대가족, 국가 유공자, 독립 유공자 등은 경제적인 지위를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인 지위만을 참작해 할인해 주고 있다. 복지할인으로 한 해 약 5500억원의 손실을 안고 있다.

지난해 여름 폭염이 오자 정부는 일시적인 누진제 완화를 시행했다. 아마도 올여름에도 이 제도를 연장 시행할 확률이 매우 높은데 여름철 피크 타임 누진제로 매출을 올려야 할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한전은 약 3600억 원의 손실을 안았다.

이쯤 되면 전기세라고 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지 않겠는가? 할인해 주는 전기 요금은 한 해 1조 3000억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 총가구 수는 약 2250만. 절반이 넘는 가구가 전기료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누진제 일시적 완화로 혜택을 받은 가구 수는 1670만 호. 우리 세정은 할인해 주는 제도가 대단히 많다. 전기료도 세정 정책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한전은 삼성동 부지를 10조원에 매각하여 채무를 갚기 전 부채에 엄청나게 시달렸다. 한 가구당 월 3000~4000원을 깎아 주어 한전을 적자기업으로 만들었고 요금을 올리고 부지를 팔아 부채를 갚았다.

한전은 에너지 분야 최대 기업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의 하나다. 따지고 보면 국민 일 인당 한 달에 전기요금 1000원 정도를 덜 내어 부실기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 누구나 이렇게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전기는 현대 사회에서 필수재다. 사회적인 할인제는 폐기하고 경제적인 할인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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