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주유소 부지 활용 신사업 ‘바람’
정유업계, 주유소 부지 활용 신사업 ‘바람’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5.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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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5주년 특집] 기름만 넣으라는 법 있나요…주유소, ‘복합공간’으로 변신

[한국에너지신문] 국내 정유업계가 주유소 부지를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주류였던 경유차·휘발유차가 조금씩 밀려나고 그 자리를 전기차와 수소차가 채워나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주유소는 접근성이 나쁘지 않은 위치에 비교적 넓은 자리를 차지한 장점도 있다. 주유소 앞마당에는 주유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사무실 등이 입주한 빌딩이 있다.

1층으로 지은 건물이나, 컨테이너 등을 개조한 가건물을 제외하면 주유소가 호황이던 시절에 비해 사용하는 공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주유소 건물은 대개 해당 기업이나 관계사들이 모두 입주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공실률이 높은 편이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업체들은 지난 10여 년 전부터 편의점이나 커피숍, 경정비센터 및 세차장 등으로 유휴공간을 활용하거나 관련 업체와 협업을 해 왔다.

이같은 업종은 대개 1층 공간을 활용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2층 이상의 고층 공간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택배나 보관함 등의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전기·수소차 충전소 확충…친환경차 패러다임 적응
접근성·유휴공간 활용 택배·보관함 서비스도 시작

■ GS칼텍스, 전기차 급속충전기 설치·현대오일뱅크, 복합에너지스테이션 늘려

현대오일뱅크의 고양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조감도
현대오일뱅크의 고양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조감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차츰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와 수소차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5만 5000여 대에 달한다. 전기차 업계는 올해 말 10만 대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늘어나는 전기차에 비해 급속 충전기는 부족하다. 서울시에만 전기차가 1만 2000여 대 이상 운행 중이지만, 급속 충전기는 이달 기준으로 390여 대에 불과하다.

GS칼텍스 전기차 급속 충전기 설치 주유소 지도
GS칼텍스 전기차 급속 충전기 설치 주유소 지도

이에 따라 GS칼텍스도 서울 시내 주유소에 업계 최초로 100㎾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전기차 충전사업을 펼친다. 이 회사는 서울 송파구 스마트위례주유소와 서울 중구 초동주유소 등 7개 직영주유소에 전기차 급속 충전기 8대를 설치하고 15일부터 약 2주간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상업운영은 시범운영이 끝나는 28일부터 시작한다.

특히 전기차 충전 시설은 교통량이 집중되는 지역에 설치돼야 하지만 공간 및 전력 공급 등의 문제로 건설이 쉽지 않다. 주택이나 아파트 내 충전 시설은 접근성이 높지만 3~7㎾급 완속 충전기가 대부분이다. 급속충전기는 특정 주차장에 한전 및 환경공단 등이 설치해 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GS칼텍스 주유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100㎾급 급속 충전기로 30분 만에 50㎾h를 충전할 수 있다. 기존 50㎾급 이하 충전기들에 비해 충전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 50㎾h는 약 250㎞를 주행할 수 있는 용량으로 서울에서 대구 인근까지 갈 수 있는 거리다.

주유소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GS앤포인트를 적립하거나 사용하는 등 GS칼텍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결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세차와 각종 경정비도 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상반기 중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충전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회사 측은 제주도에서도 이미 2009년부터 50대의 충전기를 구축해 운영했고, 서울 지역 사업 본격화를 위한 다양한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한편, GS칼텍스는 최근 LG전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존의 주유소를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으로 혁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주유와 정비, 세차 서비스 정도를 제공하던 주유소를 전기차를 충전하거나 이를 공유할 수 있는 복합 서비스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문을 연 울산 복합에너지스테이션에 이어 경기도 고양에 6600㎡ 이상의 에너지스테이션을 건립하기로 했다. 이번에 짓는 시설 역시 휘발유, 경유, LPG, 수소, 전기 등 모든 수송용 연료를 한 곳에서 판매한다.

또 시설 내에는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하고, 건물 옥상과 지붕 등에 다양한 식물을 심어 친환경성을 강조하기로 했다. 세차와 경정비 등을 제공하는 고객 편의 시설도 함께 만든다.

회사 측은 유동인구에 비해 수송용 대체 에너지 충전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에 짓는 첫 복합 에너지 판매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시설 외에도 친환경차 구매 현황 등을 파악해 지속적으로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고양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이 들어서는 고양 자동차서비스 복합단지는 첨단자동차 클러스터, 에너지저장장치, 재생에너지 등을 제조하는 산업단지와 더불어 자동차 전시, 튜닝, 교통안전 체험 등을 아우르는 문화공간이 함께 들어선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고양케이월드, 고양도시관리공사와 ‘고양 자동차서비스 복합단지 내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에쓰오일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강서하이웨이점 개설 행사
에쓰오일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강서하이웨이점 개설 행사

에쓰오일은 최근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하이웨이주유소에 국내 주유소 최초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출입문에 통합인증단말기를 설치했고, 결제 인증수단으로는 핸드페이, 신용카드, 엘포인트 등을 쓸 수 있게 했다. 카페형으로 주유소 고객만이 아닌 일반 고객들도 자유로이 방문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매장 한쪽에서는 구도일 캐릭터 상품도 판매하고 포토존도 설치했다.

■ GS칼텍스-SK에너지·현대오일뱅크, 유휴공간 활용 물품 보관 서비스 시작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지난해 사용자 간(C2C) 택배 물류 서비스 ‘홈픽(Homepick)’, 택배 보관 및 중고상품거래 등을 할 수 있는 ‘큐부(QBoo)’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두 회사가 선보인 서비스 ‘홈픽’은 개인택배전문 집하 서비스다. 택배회사는 집하 부담 및 배송 시간이 단축돼 물류 효율성이 높아지고, 고객은 기다리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양사는 물류 스타트업 ‘줌마(Zoomma)’와 공동으로 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1시간 이내 방문해 택배를 수거한다. 홈픽 앱, 카카오톡, 네이버, 홈픽 홈페이지, SK텔레콤 NUGU, CJ대한통운 앱 등을 통해 접수 가능하다.

홈픽 앱으로 주문할 경우 택배기사의 현 위치, 프로필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택배기사로 위장한 범죄 위협 등으로부터 고객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부피나 무게에 상관 없이 5500원 단일 요금이다.

GS칼텍스와 SK에너지의 ‘큐부’ 비즈니스 모델 이미지
GS칼텍스와 SK에너지의 ‘큐부’ 비즈니스 모델 이미지

지난해 12월 선보인 주유소 기반 스마트 보관함 서비스인 ‘큐부’는 고객이 주유소 내에 설치된 스마트 보관함을 활용해 택배 보관, 중고물품 거래, 세탁, 물품 보관 등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 보관함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무인 택배보관이 기본이며, 중고물품 거래 시 상대방과 직접 만나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 세탁소가 문을 열지 않은 시간에 세탁물을 맡기거나, 개인 물품을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전국 직영 주유소 유휴 공간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을 추진한다. 셀프 스토리지는 일정 크기의 공간을 개인 창고로 쓸 수 있도록 대여하거나 짐을 박스 단위로 보관해주는 사업이다.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30·40대 가구나 1인 가구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는 해당 사업 관련 스타트업인 메이크스페이스와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 캐노피 상부, 사무동 등 유휴 공간을 제공하고 메이크스페이스는 그 공간에 창고를 설치해 기존 창고 네트워크와 결합한다. 메이크스페이스는 2013년 ‘오호’라는 브랜드로 국내 최초 셀프 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해 현재 가입자가 약 3만명에 달한다. 양사는 상반기 중 서울 시내 5개 이상 주유소에 셀프 스토리지 설치를 마무리한 이후 전국 직영 주유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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