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에너지 전환을 통한 재생에너지 보급의 딜레마
[전문가 칼럼] 에너지 전환을 통한 재생에너지 보급의 딜레마
  • 박진남 경일대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
  • 승인 2019.05.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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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남 교수
박진남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가 자주 들린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보다는 더 세련되고 포괄적인 용어이지만, 본질은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을 벗어나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위주로 에너지원을 재편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근본적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좋은 취지만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간단한 질문을 해 보자. 부분이 전체에 우선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부분보다는 전체가 중요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실례를 들어 생각해 보자.

집이 한 채 있는데, 환기가 중요하다고 온 집을 환기가 잘 되게 사방의 벽에 환기구를 만들어 개조하면 집이 온전하겠는가? 환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집의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면서 환기를 보강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현실을 보면, 요즈음 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강조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앞의 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환기를 재생에너지로, 집을 국가의 에너지 체계로 대체하면 결국 앞의 이야기와 동일하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대전제만 강조하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기인하는 국가 전력망 운용의 부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비용 부담, 재생에너지 보급이 국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듯하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중요하니 나머지는 여기에 맞추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인데, 어느 정도는 맞출 수 있겠지만 원하는 대로 모두 맞춰주다가는 집이 제 기능을 못 할 수도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 탄소배출량 증대 그리고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당연히 중요하며, 과거 재생에너지보다 값싼 화석연료에 모두가 취해 있었을 때는 누군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화석연료 고갈, 탄소배출량, 미세먼지 등의 문제를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장마나 태풍과 같이 장기간 일조량이 부족한 시기가 있으며, 이는 태양광 발전을 늘리기에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이용한 전력저장장치나 단시간 내에 가동할 수 있는 천연가스 발전소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해 자주 천연가스 발전소의 가동과 정지를 반복하면, 정상운전에 비해 훨씬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게 되어, 결국은 재생에너지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급격히 늘리면, 국내보다는 해외 업체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의 증가에 따른 REC 단가의 하락 또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목표 설정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은 재생에너지의 장점을 주장하기보다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걸림돌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러한 문제점들을 현명하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와 합리적인 실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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