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지열발전소 관련 사업 전면 중단
산자부, 지열발전소 관련 사업 전면 중단
  • 조성구 기자
  • 승인 2019.03.25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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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 촉발”
정부조사단, 원인 조사 결과 발표
물 주입이 미소지진 순차 유발
정부 책임론 커져 줄소송 예고

[한국에너지신문]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것이라는 정부의 공식 선언이 나왔다. 정부는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진행된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승일 산자부 차관이 지난 2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결과 정부 발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승일 산자부 차관이 지난 2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결과 정부 발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사단은 “지열발전소 건설을 위한 실증연구 수행 중 지열정 굴착, 수리 자극 시행, 굴착 시 발생한 이수누출(mud loss), 강한 압력을 동반한 지열정에 주입된 물 등이 포항 지진 단층면 상에 미소지진을 순차적으로 유발했다”고 밝혔다.

즉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시행한 굴착 등이 지진 진원 위치에 도달했고 이어진 물 주입이 자극이 돼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적인 지진이 아닌 ‘촉발된 지진’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17년 당시, 포항에서 규모 5.4에 이르는 지진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지진이 없던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해 학계와 시민들을 중심으로 지진 원인이 건설 중인 지열발전소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는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원인 찾기에 나섰다.

관련된 포항지열발전소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2월 당시 산자부에서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과제로 포항 북구 흥해읍 남송리 일대에 추진된 민·관 합동사업이었다.

정부 195억원, 민간 278억원 총 473억원 투입돼 지난 2012년 9월에 착공한 이 사업은 넥스지오가 주관기관을 맡고 포스코, 이노지오테크놀로지,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가 참여했다. 산자부 산하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도 정부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주체로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포항 지진으로 당시 135명의 인명피해가 났고 공식 재산피해도 850억원에 달했다. 이재민만 1800명이 넘었고,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90세대, 200여 명이 지역 공공시설에서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와 연관성이 있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나오면서 정부의 책임과 지역민에 대한 보상 문제가 수면 위로 나왔다. 포항 시민들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배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포항시민 71명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집단 소송을 냈고 올해 초 2차 소송에도 1100여 명의 시민이 추가로 참여했다. 이번 정부 조사 결과가 지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면서 지역민들의 추가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경시위를 벌인 포항 지진시민연대는 “정부는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하고 향후 대책마련을 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자부는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을 포항시의 협조 및 절차를 거쳐 영구 중단할 계획이다. 또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해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조속히 원상 복구한다.

정승일 산자부 차관은 이날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또 “현재 이 사안에 대해 감사원의 국민감사가 청구돼 있다”며 “이와 별도로 정부는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진행 과정 및 부지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해 앞으로도 엄정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압의 물을 주입한 것이 단층대를 활성화해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기까지는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지열발전은 4~5㎞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원리다. 이 때문에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포항 지진 직후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수백m 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열발전소가 지진과 관계가 있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강근 연구단장(서울대)은 “‘유발 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내에서, ‘촉발 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를 뜻해 ‘촉발 지진’용어를 썼다”며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 측은 “지열발전을 위한 고압수 주입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활성화돼 이것이 본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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