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정책, 국내 산업계와 함께 가야 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 국내 산업계와 함께 가야 한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9.03.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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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국내에서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 그중에서도 발전 분야의 정책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차로는 석탄화력과 원자력으로 대표되는 기존 산업계의 도전이다. 기저발전의 역할을 일정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이미 정책의 기조가 된 만큼, 갈등을 해소하는 다양한 방법을 쓰는 것이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재생에너지 관련 기기 시장을 수입산이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태양광 분야를 보자. 지난해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7.5%를 차지했다. 이는 2014년 16.5%를 차지했던 데 비해 10%를 넘게 상승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도입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수입량은 상당히 크게 증가했다. 국내산 제품은 앞선 기술력과 AS 등이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중국산은 단 한 가지로 승부를 보려 하고 있다. 바로 가격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태양광을 확대해도 국내산을 도입해야 함을 확실히 천명할 수 있다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그럴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자체에서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기와 서비스를 구매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러한 인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이미 많은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지난 십여 년간 정부의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사한 것이 사실이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중차대한 정책을 세운 현 정부에서도 이들은 한 번 더 소외돼 버렸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와 공공기관 및 지자체가 세우고 있는 재생에너지 도입 목표 때문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20%를 채워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자, 이를 따라 공기업들은 30%를 채우겠다고 하고, 지자체는 40%를 채우겠다는 식의 공언이 난무한다.

물론 좋은 일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도입 추세를 우리도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는 동력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만을 목표로 삼아야 할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화석에너지 시대를 살아오면서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해 우리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필수적인 화석 자원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정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그 기반이 되는 기기와 자재를 모두 수입산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 자괴감이 드는 일이다. 

그린에너지 시대를 강조했던 어떤 정권은 이를 그저 선동 구호로 사용했을 뿐, 관련 산업계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 원자력 비중 확대에만 골몰했던 어떤 정권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산업에는 아예 그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이전 십여 년의 정부 당국과 지자체들이 그동안 1년에 1% 정도라도 꾸준하게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관련 기업체를 대소를 막론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진작에 폈어야 한다. 그렇게만 되었다면 가격으로든 기술로든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가 하기 어렵다면 기초지자체나 각 기업체라도 국내의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기와 자재를 사용해 재생에너지 확산이라는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 

한때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일컬어 대체에너지로 불렀던 적이 있다. 이는 석유와 석탄, 핵연료 물질 등 수입하는 각종 화석 자원 에너지들을 대체하자는 뜻이 담겨 있었다.

수입품이었던 에너지를 자급자족 내지는 수출하자는 개념이다. 이러한 의도에 따라서 다양한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숱한 실패를 겪어가면서 업계를 유지해 왔다. 그렇게 유지한 업계가 후발국의 물량 공세, 선진국의 기술 공세로 또다시 꺾여야 하는가. 

정부, 그리고 지자체 이외에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 확산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이들은 이제라도 국내의 다양한 기업에서 생산되는 기기와 자재에 눈을 돌려야 한다. 비중 목표 수치에만 매달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했다간 앞으로 전개될지 모를 재생에너지 부흥 시대를 그저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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