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민원, 어쩌면 더 없이 좋은 출구전략일 수도…
[양재천에서] 민원, 어쩌면 더 없이 좋은 출구전략일 수도…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3.08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강희 기자 / 편집국
조강희 기자 / 편집국

[한국에너지신문] 사람이 사는 곳에는 꼭 민원이 생긴다. 새로운 사업을 할 때나, 새 집을 지을 때에도 생기는 것이 민원이다. 물론 잘 진행되던 사업에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제기되는 민원을 받아 주는 것 역시 행정청이나 사업자의 할 일이다.

만약에 아무런 이의제기가 없이 해당 사업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좋은 일일까. 처음에야 당연히 순풍에 돛 단 듯이 잘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사업의 미비점을 완성 시점 전까지 보완할 기회는 잡을 수 없게 된다. 흔히 공동 주택 건설에서 감리 감독을 사업자에게만 맡겨 놓고 있다가 모든 것이 완공되고 난 뒤에 나중에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보수하는 데에 시간이든 돈이든 훨씬 더 드는 사례가 많이 있다. 사업자와 관리사무소에 주민들의 민원 폭주는 기본이고, 미디어에 노출돼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덤이다.

이 때문에 어떤 사업에서든 대안 또는 악천후 계획으로도 불리는 'B플랜'이 꼭 필요하다. 감독자가 중간중간 감시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자가 혹시나 놓칠 수도 있는 다양한 문제를 이해관계자이든 제3자이든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고형폐기물 연료발전소는 최근 몇 년간 신규허가가 쏟아졌다.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것보다는 연료로 만드는 것이 장점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구나 정부는 관련 업계와 함께 이 사업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점수를 높게 쳐 줘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만들어 줬다. 하지만 건설과 가동이 이뤄지는 발전소는 허가 건수만큼 늘지 않았다. 오히려 곳곳에서 기존 허가 취소, 사업지연, 가동지연 등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것은 민원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자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주민의 민원이 제기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오염물질 배출관리를 강화했다면, 주거지와의 이격거리를 충분히 벌렸다면, 주민동의 요건을 더 강화했다면 과연 그 조건에서도 너도나도 사업을 하겠다면서 서류를 내밀었을까. SRF 발전소 사업은 한 때 일부 건설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친환경성과 안전성을 사업성보다 우선으로 했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기준을 높여 놓고 그 기준을 제대로 지키면서 사업을 일궈나간다면 불가능한 평가다.

더구나 SRF 자체가 선진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취급을 잘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면, 있었는데도 강행했다면 그 책임을 과연 민원인에게만 지울 수 있을까. 몰랐다면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고, 알았다면 목적과 의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아무튼 민간사업자든 공기업이든, 에너지와 환경이 연관된 사업을 수행하면서 민원을 접하면 ‘걸림돌’보다는 ‘디딤돌’로 만들 생각부터 해야 한다. 민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출구전략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SRF 발전소 사업자는 민원이 그 자체를 폐기하라고 주장하는 현재의 조건대로라면 사업을 시작해도 정상가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손해는 필연적이다.  시점을 과거에서 현재로 돌린다면 그나마 얻을 수 있는 황금알은 건설비용 정도 보전받는 것은 아닐까.  사업 허가가 나기만 하면 과연 걱정없이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이럴 땐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처음에 나가는 것과 중간에 나가는 것, 마지막에 나가는 것 사이에 손해를 덜 보는 것은 어느 쪽일까. 이미지에 타격을 덜 주는 쪽은 어느 쪽일까. 그야말로 신중함과 신속함이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