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산자부는 대체 뭘 그렇게 새로 바꾼다는 걸까?
[양재천에서] 산자부는 대체 뭘 그렇게 새로 바꾼다는 걸까?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2.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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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첨가한 조직명, 그리고 ‘지식경제부’의 추억
조강희 기자/편집국
조강희 기자/편집국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이뤄진 산업통상자원부 조직개편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분산에너지과의 신설 등이 새롭다지만, 기본 설정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눈에 띄는 건 ‘혁신’이라는 단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산업적 이용 스타일에 누군가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거기서 영향을 받았는지, 정부 정책에도 ‘혁신성장’이라는 말이 쓰인다.

심지어 이 혁신성장을 설명하는 기획재정부 소관의 포털사이트도 있다. 개념을 나름 정리해 놓았다. 문자는 한글이지만, 뜻은 도무지 알 수 없다. 미래산업, 분배구조의 왜곡,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를 ‘지식경제’와 ‘생태계 조성’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사례라고 설명하고는 있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정부에서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흔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세계적인 산업과 경제의 변화, 더구나 최근의 변화를 어떤 형태로든 정책에 녹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정책을 주관하는 곳이 산자부인 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직의 이름에 꼭 ‘혁신’을 붙여야 했던 것일까. 에너지혁신정책관이라는 이름이 낯뜨거운 것은 그래서다. 물론 산업 분야에도 혁신정책관이 있지만, 과연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까. 또 자원산업에는, 원전산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는 혁신 따위는 필요하지도 않을 정도로 바꿀 것이 없이 새로운 걸까. 아니면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서자 취급인 걸까.

어쩌면 정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명칭을 산업혁신부 같은 것으로 바꾸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정부조직법에 손을 대다 보면 조금 더 큰 변화를 이루고 싶고, 조금 더 큰 조직을 건드리고 싶을 것이다. 이름을 바꾸는 것에도 동일한 욕망이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부처의 부서 이름을 바꾸는 데서 만족하고 그쳤을지 모른다.

이름을 바꾸어서 정책을 바꾸고 싶은 그 열의에는 일단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름만 바꾸고 아무것도 안 하거나, 또는 엉뚱한 일을 한다면 그러한 일에는 동의조차 어렵다.

지난 시절 산업과 자원을 관장하는 부처의 이름이 ‘지식경제부’였던 적이 있었다.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요즘에 더 통용되는 말로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가 지식경제인데, 일종의 최신트렌드를 반영한 부처명이었다. 바꾼 명칭에 걸맞게 정책을 세우고 계속해서 추진해 나갔더라면 아마도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름을 바꾼 뒤 이 부처가 한 일이라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2중대’ 노릇을 한 게 전부다. 해외 자원 개발에도, 에너지 분야 수출에도 첨병은 건설사였다. 어쩌면 그 당시의 모든 정부 조직이 ‘건설사의, 건설사에 의한, 건설사를 위한’ 것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름만 그럴듯하게 바꾸고 뒤로는 엉뚱한 짓을 했다는 얘기다.

개혁과 청산을 외치고 있는 정부에서 정부 부처의 하부 부서명에 ‘혁신’ 하나 들어간다고 민감하게 반응할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부서명을 새로이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을 실제로 바꾸고, 이를 실행해서 작은 변화를 조금씩 일으키는 것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 쌓이면 부서의 이름과 부처 자체의 이름을 바꿀 만큼의 변화가,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일어난다.

어쨌든 걱정이다. 이름만 빼고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까봐, 이름을 바꾸고 안 바꿔야 할 것만 바꿀까봐. 이 걱정이 제발 ‘기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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