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에 대한 소고
[전문가 칼럼]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에 대한 소고
  • 천영우 인하대학교 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2.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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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교수
천영우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직원의 죽음을 계기로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었던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올해 1월 15일 최종 공표되었다.

아직은 법률만 개정이 되어 하위법령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법률 시행 역시 2020년으로 1년 유예되어 있어 당장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의 제한, 도급인(발주자 또는 원청) 산재 예방 조치 의무 확대, 안전조치 위반 사업주의 처벌 강화,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 대상 확대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번 연이어 발생한 조선소의 크레인 충돌사고 및 화재 폭발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에서는 2017년 11월부터 8개월간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를 운영하였고, ‘원청-1차 협력사-2차 협력사-3차 협력사-물량팀’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음을 주요 사고원인으로 지적하였다.

안전관리론에서 위험에 대한 처리(Risk treatment)는 위험 회피·전가(분담)·관리하여 통제·수용의 4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중 전가하는 것은 가급적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나에게 직접 위협이 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위험을 전가하는 방법을 이용하게 되고, 그 결과가 ‘위험의 외주화’라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위험전가는 소위 ‘위험에 따른 손실을 미리 다른 데서 보전받을 수 있도록 조치함’을 의미하고, 불확실한 인적·물적 손실에 따른 비용부담을 보험을 통해 완화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이며, 보험사들도 또한 다수의 재보험사를 통해 이를 다시 분산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분산으로 인한 일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거론되긴 하지만, 위험에 따른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유해·위험작업에 대한 도급은 안전사고 위험의 전가를 넘어서 책임까지 넘기는 일종의 다단계적인 위험회피의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한편, UN, ISO 등의 국제기구와 선진국은 안전을 인권·노동·환경지속성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와 책임의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현 정부 또한 국정의 핵심과제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들의 ‘위험의 외주화’는 사적 위험손실의 최소화와 사업 이득 등 사적 편익의 최대화, 반면 사회적 비용의 증대화와 관련된 일종의 시장실패의 ‘외부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정부는 오염배출권제도와 같이 사적·사회적 이익과 비용 상호 간 괴리를 줄이고, 원청의 안전관리 기준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여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법률은 선언적 의미이며 정책 방향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개정을 통하여 이제 위험관리(Risk Management)는 사업 영속성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사업을 통하여 이익을 얻는 주체에게 있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시행을 위해 1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남은 기간 구체적인 하위법령의 개정을 통하여 법률에서 정한 철학적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입장에서 실행 가능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법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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