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태생 ‘사우디 아람코’, 한국 시장 美 원유 견제
美 태생 ‘사우디 아람코’, 한국 시장 美 원유 견제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2.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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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2대 주주 등극
수출 물량 확보로 점유율 확대 시동

[한국에너지신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석유업체인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19.9% 사들이면서 2대 주주로 뛰어올랐다.  

이번 지분 인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의 원유시장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 글로벌 플래츠(Platts)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람코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인수가 말레이시아 국영 페트로나스와 합작법인 설립 및 정유시설 투자 확대, 47조원 대의 인도 석유단지 건설 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원유 수입량이 3억 1317만 배럴에 달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석유 소비국이며, 최대 수입 상대국은 사우디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의 점유율이 계속 줄어들고 미국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수입되는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사우디산 원유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7.1%나 줄었다. 반면 미국산 원유 수입은 같은 기간 1361만 배럴로, 전년 같은 달의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셰일유·가스전인 이글포드에서 생산되는 원유 중 상당량을 한국에서 수입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세 번째 원유 수입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가 되면서 매해 일정 규모의 한국 원유 수출물량을 확보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아람코는 구 쌍용정유의 후신인 에쓰오일의 모기업이기도 하다.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국내 4대 정유사 가운데, 두 곳의 경영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태생이 미국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미국은 1차 대전 당시 석유 파동을 겪었는데, 당시에도 큰 산유국이던 미국의 민간 유전개발회사들은 고갈 위험 대비용으로 아라비아반도에서 석유채굴권을 사들여 유전을 시추하기 시작해 바레인과 사우디 등지에서 잇따라 유전을 발견했다.

당시에 유전을 발견한 회사들이 이합집산된 끝에 1944년에 만들어진 회사가 아라비안 아메리칸 오일컴퍼니(ARabian AMerican oil COmpany)로 명명되면서 ‘아람코(ARAMCO)’라는 이름이 생긴 것. 이 회사는 1951년과 1957년,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상유전과 육상유전을 동시에 발견했다.

이 두 개의 유전으로 아람코는 큰돈을 벌어들였다. 이는 미국의 유전개발 회사들이 중동에서 활약하면서 국제 석유시장의 맹주가 된 사례가 됐고, 미국이 중동에 대한 군사 개입을 지속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한편 자국 유전에서 미국 회사들이 돈을 벌어들이는 광경을 주목한 사우디는 1950년대부터 아람코에 절반의 지분을 요구했으나, 실제 국유 지분이 확보된 것은 1970년대다. 1972년 서방측 석유회사들은 회원 대부분이 중동국가였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리야드에서 산유국 정부의 경영 참여와 주식취득 등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아람코의 주식 25%를 획득했다. 1974년에는 60%를 취득하고, 1980년에는 100%의 지분을 사우디 정부가 갖게 됐다. 결국 미국인들이 처음으로 세운 유전개발 회사가 사우디 정부에 의해 국유화돼 한국에서 미국 석유의 수출을 견제하는 모습이 된 것.

현재 사우디 정부는 2021년을 목표로 아람코 기업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아시아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라며 “점유율 가운데 한국 시장의 차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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