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글로벌 기업 재생에너지 전환 물결
[신년 기획] 글로벌 기업 재생에너지 전환 물결
  • 조성구 기자
  • 승인 2019.01.0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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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으로 에너지 전환 대응·친환경 이미지 제고…국내 기업만 제자리

[한국에너지신문] 재생에너지는 지속 가능한 공급과 생산으로 사용 과정에서 기존 에너지원에 비해서 환경에 가장 적은 에너지원이다. 같은 양을 사용한다면 인류의 미래 환경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은 세계 전력 소비의 약 50%를 차지한다. 이 기업들이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을 약 15%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개별 국가의 노력보다 어쩌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다가오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이미 기업들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기류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의 기업과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세계 158개 이상의 기업들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목표를 세웠고 50개 이상 기업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이미 조달하고 있다. 이 노력은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구글·애플 등 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RE100’ 참여 기업 늘며 시장에 영향력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해외 지사도 참여

현행 전기사업법, 한국 기업 참여 차단 
기업 국제 경쟁력·에너지 전환 ‘발목’
재생에너지 구매 인프라·제도 수립 시급

■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RE100’ 

'RE100' 캠페인 [이미지=그린피스]
'RE100' 캠페인 [이미지=그린피스]

‘RE100’은 기업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100% 대체하자는 것이다. RE100 주관 단체는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으로 지난 2014년 뉴욕에서 개최된 기후주간(Climate Week NYC) 행사에서 ‘RE100’을 소개했다.

구글, 애플, GM, IKEA 등 글로벌 기업들은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 방침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주목할 점은 RE100 참여 대상 기업들이 에너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국가나 제도의 규제에 의한 강제적 이행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RE100 캠페인의 확산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과 같이한다.

신기후 체제에서 각국은 친환경 에너지 생산의 강제성을 부여받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자신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감소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이다. 

기업은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에너지의 사용 방안을 자발적으로 고민한다.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대한 글로벌 요구의 증대, 에너지원의 경제성 개선 등으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특성인 분산성, 자립성은 기업들의 에너지 독립화에 기여, 이 같은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재생에너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에너지 수급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기존 대규모 중앙 집중 발전설비의 비효율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기술력을 접목해 기업과 공장에 최적인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의식과 역할의 변화도 주목된다. 재생에너지의 소규모 발전시설, 수요관리 기술의 발전, 분산형 전력시스템 구축은 소비자가 참여하는 전력 시장의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이 사용하는 에너지 확보를 위해 공급자에 전적으로 의존해 결정된 가격과 생산 방식에 따라 에너지를 구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났다. 즉 에너지 수요-공급 패러다임이 변화해 소비자들이 전력시장 운영에 참여하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더불어 이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것인지, 자신들이 구매한 물건을 제조한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속성에 따라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대응하는 경영 방식을 선택한다.

따라서 기업은 친환경적 제품 생산을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전략으로 국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적응하고 소비자의 변화된 친환경 의식에 대응하는 전략을 취한다.

즉,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사용 방식을 선택해야 미래에도 살아남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RE100 캠페인은 기업에는 에너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의 변화를, 시민들에게는 소극적 소비자가 아닌 적극적 에너지 소비자로의 역할 변화를 가져왔다.

점차 RE100에 동참하는 기업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 공급자 역할로 인식되던 기업들은 기업과 소비자의 참여 및 소비자의 기대와 가치에 부응하는 에너지 생산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김성제 포스코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기업들은 동종 업종의 경쟁 관계로 인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이미지 하락, 경쟁력 약화 등 부정적 효과를 우려해 이 운동에 점차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또 “거대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 가치사슬 관계를 고려해 주요 협력업체들의 사용 동참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미 휴대폰 생산 시 발생되는 온실가스의 총배출량을 관리하고 부품 및 소재 생산 단계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권고해 중국, 일본 등에 있는 자사의 23개의 협력 업체들에게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권고해 서약을 받았다.

최근 RE100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RE100 참여를 발표했다.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의 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것.

또, 수원, 화성, 평택 사업장에 6만 3000m²규모의 태양광 지열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올해부터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가입해 자사의 구매 금액기준 상위 100위 협력사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 현황 공개와 목표 수립을 권고, 업계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끈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동참은 전 세계 5만여 명의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졌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2010년부터 글로벌 IT 업계를 대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특히 2017년부터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강력하게 권고해 왔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SK하이닉스가 2022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 공장에서 100% 재생가능에너지만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  ‘재생에너지선택권 이니셔티브’ 출범…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제도 입법화 추진 

‘재생에너지선택권 이니셔티브’ 출범식
‘재생에너지선택권 이니셔티브’ 출범식

정부와 국회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와 시민사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구매제도 도입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모색하기 위한 ‘재생에너지선택권 이니셔티브’ 출범식을 개최했다.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공동 대표 이원욱, 전현희 의원 외)과 그린피스, 생명다양성재단, 세계자연기금, 에너지시민연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6개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재생에너지선택권 이니셔티브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다른 발전원인 석탄, 원자력 등과 구분해 구매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제도 입법화를 위해 출범했다.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제도의 효과적 설계를 위한 방향성 제시,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확대를 위한 로드맵 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에너지 선택권을 넓히고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100% 재생에너지 목표를 세우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지원 독려하고 소비자들의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 구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출범식에 참석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RE100 참가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희망하는 해외 기업이 이를 선택할 수 없는 국내 환경 때문에 투자를 해외로 옮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이고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발목을 잡는 일”이라고 말했다.

즉 한국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의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는 물론 일자리 창출 기회를 계속해서 놓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6월 말 ‘RE100법’을 대표 발의한 이원욱 의원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대 선언 및 재생에너지 선택권 요구 선언은 전체 산업계 및 국내 에너지 전환에 긍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재생에너지 구매제도와 녹색전력요금 등을 담은 ‘RE100법’은 전기사업법 개정안 및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전력 이외에 전력을 팔 수 없도록 규정한 현 전기사업법과 발전공기업이 주도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으로, 민간과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선택 구매할 수 없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다.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정돼야 하는 규정이다.

이진선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 같은 기업들 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정부의 제도 마련이 다소 아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적용 국가에 왜 한국만 빠져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더 많은 국가가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전력구매계약(PPA) 등의 방식을 통해 기업이 재생에너지 구매 수요자로 나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한국은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기업의 재생가능에너지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이 반드시 주요 정책 과제에 포함돼야 한다”며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것은 에너지 전환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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