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DR시장 5년차…변화는 계속된다
[신년 기획] DR시장 5년차…변화는 계속된다
  • 오철 기자
  • 승인 2019.01.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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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급 안정 기여에 신재생E 변동성 대응까지…DR 시장 기대감↑

[한국에너지신문] 2014년도 전력의 안정적 수급과 기업의 효율적인 전력관리를 목적으로 출범한 수요자원(DR, Demand Response) 거래시장이 5년차를 맞았다. 한때 탈원전을 반대하는 측의 단골 소재가 되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적도 있었지만 정부의 적극적 해명과 해당 분야 기업들의 노력으로 올해도 3822개 기업이 참여, 약 4.2GW 용량을 확보했다. 정부가 공급 위주 전력수급 정책을 탈피하고 수요관리에 중점을 둔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어 DR의 역할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정부, 기준 강화 DR시장 신뢰도 높여 
대기업 저마진 영업 방식 논란은 여전
국민DR, 시범사업 마치고 도입 준비
신재생E 변동성 대응 ‘Fast DR’ 주목

■ 발전소 운영보다 1600억원 절감 효과

흔히 DR을 ‘아낀 전기만큼 전기사용자에게 돈으로 돌려주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실제 기업들은 용량 발굴과 감축 관리를 하는 수요관리사업자를 통해 DR시장에 참여, 피크감축 DR과 요금 절감 DR 방식으로 전력을 아끼고, 정산금(기본급+실적금)을 받는다.

피크감축(신뢰성) DR은 전력 수급상황이 급변할 때 정부가 기업게 전력감축을 요청해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해마다 이슈가 되는 ‘급전지시’가 이 방식이다.

요금 절감(경제성) DR은 ‘하루 전 전력시장’으로 불리며, 참여기업이 하루 전 수요감축 용량과 가격을 입찰해 낙찰받은 경우 실적금을 수령하는 제도이다. 고비용 발전기를 저렴한 수요자원으로 대체해 전력공급 비용을 절감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실제로 4.3GW 규모 DR과 동일 규모 LNG 발전소 운영 비용을 비교해 보면 DR은 3454억원의 비용이 드는 LNG발전소 용량요금보다 1600억원이나 절감하는 효과를 가진다. 4GW의 발전소 건설에 4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기존 제조설비 등을 활용하는 DR의 경제성은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 애매한 발령 조건,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2017년에서 2018년으로 이어지는 겨울, 정부의 10여 회가 넘는 전력감축 요청으로 DR제도에 참여했던 13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일각에서는 “경기도 어려운 때 전기를 끄라고 해서 생산 업무에 큰 차질이 생겼다”며 정부의 잦은 감축 요청을 비난했고, 일부 경제지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애꿎은 기업들만 괴롭힌다고 몰아붙였다.

지난해 여름 계속되는 폭염으로 최고 전력수요를 연일 갱신하며 예비력이 709㎾까지 내려갔다. 당시 정부는 감축 요청을 할 수 있었지만 “공급 측면에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며 DR을 발령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DR은 이럴 때 사용하라고 만든 정책인데 왜 요청하지 않느냐”며 비난했고 정부는 “휴가철을 앞두고 다수 기업이 조업 막바지에 있다”며 DR 실행의 융통성을 발휘했다.

이처럼 수요감축 요청은 단순히 목표 수요 초과 예상과 예비력 수치 등의 조건만으로 발령되는 것이 아닌, 경기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후 발령된다. 애매한 발령 조건은 반대 측의 손쉬운 공격대상이 됐지만 잦은 이슈로 인해 오히려 정보와 해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에 활용방식에 있어서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제도의 목적과 효과에는 공감하는 분위기가 됐다.

■ 기준 강화 등 정부 신뢰도 제고 위해 노력

정부도 계속되는 논란을 피할 수 없어 정면돌파에 나섰다. 국민에게 DR제도의 효과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논란이 될만한 요소들을 제도 강화를 통해 줄여나가기로 한 것이다.

우선 수요자원 등록 시 용량 자원의 감축이행률 상한을 높여 용량 자원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했다. 또 기존 감축 이행률 70% 미만인 날, 3회 이상일 때 조치됐던 전력거래제한을 추가등록자원의 경우에는 2회로 줄여 기준을 높였다. 또 이렇게 거래제한으로 DR시장에서 퇴출된 자원은 동일 사업자의 수요자원으로 이동조차 할 수 없게 전체적인 기준을 강화했다.

또한 기업창립일, 노조창립일 등 명백한 비정상 수요 해당일에는 입찰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시켜 기존에 횡횡했던 꼼수 입찰을 막았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기준 상향 등 규칙 개정으로 수요반응 시장의 효율성 향상과 안정적 전력 수급에 기여하고 부적절한 시장 참여 행위에 관한 감시 및 관리 기능 강화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 DR의 그늘

DR의 역할이 기대되는 가운데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대기업의 시장 잠식이다. 대기업이 2년전부터 정상 마진 이하의 낮은 수수료율로 기업을 모집하면서 DR시장이 수수료 경쟁 과열로 혼란스러워졌다. 문제는 대기업의 공격적인 영업력에 중소기업은 자리를 잃고 있다. 대기업은 저마진이나 ‘노마진’ 계약에도 경영상 큰 어려움이 없지만 수수료를 근간으로 생존하는 중하기업은 타격이 크다.

이러한 행태가 계속되자 작년 초 사업자들은 관계 당국에 시장질서의 혼란을 막는 상생 방안 등을 요구했다. 당시 정부는 소극적 입장에서 해석된 법률 자문 내용과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른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입을 막았다. 업계 관계자는 “불공정하고 비정상적인 계약들로 채워진 DR자원들은 전력 피크 때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사업자는 불공정 영업 관련, 대기업을 대상으로 산자부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공정위에 제소까지 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영업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 됐다. 조사과정 중에 ‘마이너스 수수료’와 ‘끼워팔기’는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후문으로 보아 ‘대기업 봐주기’ 의혹도 지적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기업간의 거래라고 방치했던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불공정 영업 제한, 수수료 가이드라인 등 적절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DR의 다각화, 경제효과 13억 달러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DR의 미래는 밝다. 다양한 에너지 신산업과 연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DR을 신산업 창출과 전력 공급 안정화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 운영했던 소규모 수요자원 거래, 일명 ‘국민DR’은 시범사업을 마무리하고 결과 분석과정에 들어갔다. 이번 시범사업은 기존 목표대상 4만 명을 넘어 4만 5000명이 참여했다.

또 스마트 계량기뿐만 아니라 스마트 가전을 활용한 자동화 방식(Auto DR)도 도입해 국민DR을 실효성 있는 제도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는 분석결과를 토대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올해 12월부터 정식 도입할 예정이며, 향후 스마트가전, 전기차 등 소규모 분산자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Fast DR도 주목받고 있다. Fast DR은 자동(Auto)이나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신속히(통상 10분 미만으로) 응답해야 하는 자원으로 무엇보다 신뢰도가 중요하다. 이런 장점은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대응에 필수적 요소로 꼽히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에 따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 규모는 설비용량의 34%, 최대 18GW이다. 안정적이지 못한 출력은 공급과 신뢰도에 영향을 준다.

이에 프랑스, 영국 등 해외에서는 발전설비 증설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Fast DR 활용을 확대해 변동성 대응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5월 전력거래소, 호디, IDRS, 우암, GIST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Fast DR 연구에 착수, 2021년 4월에 연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전 경제경영연구소도 DR이 신재생전원 확대를 위한 계통 혼잡 관리 역할을 위해 EV, ESS, PV 등 분산자원과 연계·통합되어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로 인한 글로벌 시장 규모를 현재(2017년) 1억 3210만 달러에서 2026년에는 13억 달러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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