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바다에 에너지가 있다
[신년 기획] 바다에 에너지가 있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9.01.02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잠재량 풍부한 청정에너지…1㎿ 해수온도차 발전기 상용화 ‘눈앞’

[한국에너지신문] 신재생에너지 중 해양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 수준으로 미미하다. 그러나 기술 발전은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해양에너지는 부존 잠재량이 연간 전력 생산량의 약 4배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며, 고갈 위험이 전혀 없고 환경오염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일단 개발되면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는 등 무공해 청정에너지로서 가치가 높다.

조력발전을 제외한 전 세계 해양에너지 연간 설치 규모는 2017년 기준 115㎿로 2025년에는 748㎿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해수온도차 발전, 파력, 염도차 대비 조류발전의 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부존 잠재량, 세계 에너지 수요 100배
표층수·심층수 온도차로 24시간 전기 생산
적도·남북회귀선 사이 해양이 가장 적절
발전량 변동 거의 없어 전기 공급 안정적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오른쪽)과 키리바시 공화국 루아테키 테카이아라 장관이 협약 체결 후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오른쪽)과 키리바시 공화국 루아테키 테카이아라 장관이 협약 체결 후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해수부, 적도 인근 키리바시서 1㎿급 해수온도차 발전 실증 사업

해양에너지 가운데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해수온도차 발전이다. 국내 해수온도차 발전 부존량은 4000㎿ 정도지만, 전 세계의 부존 잠재량을 합치면 연간 1만TWh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00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기술 개발과 더불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적도 부근에 있는 나라인 키리바시에 우리 기술로 만든 1㎿급 해수온도차 발전기가 설치된다. 정부는 올해 8월까지 동해상에서 실증을 완료하고 2021년에 실제 설치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11일 해양수산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키리바시 공화국 인프라지속가능에너지부와 함께 해수온도차 발전 실증 및 기술협력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국은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인 1㎿급 해수온도차 발전기를 키리바시 공화국 해역에 설치·운영하고, 1㎿급 해수온도차 발전기의 실증을 위한 기술 및 인력 교류 등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20㎾급 해수온도차 발전 파일럿 플랜트 제작에 성공했다. 10㎾ 이상 설비로는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다. 2014년 200㎾ 해수 고온도차 발전기도 제작했고, 2016년부터 상용화 모델인 1㎿ 발전기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이 발전기의 상세설계는 프랑스선급의 실용인증(AIP)을 획득했다. 키리바시 해상에 설치되는 발전기도 이 모델이 될 전망이다.

한편 실제로 키리바시 실해역에서 실증해 운영이 이루어지면, 현재 디젤 발전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키리바시 수도 타라와섬 전력 수요의 1/6 내외를 1㎿급 해수온도차 발전기를 통해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시장이다. 1㎿급 해수온도차 발전 실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2030년 약 5~6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키리바시뿐만 아니라, 적도 인근 해양을 보유한 다양한 나라 와도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다질 예정이다.
 
■ 전력 전환 효율 5% 내외로 낮지만 발전량 변동 거의 없어

20㎾급 해수온도차발전
20㎾급 해수온도차발전

해수온도차 발전은 바다의 표층수와 심층수의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태양광 발전과 달리 낮과 밤 모두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폐쇄 순환식과 개방 순환식, 혼합 순환식 등으로 방법이 나뉜다. 해수온도차 발전에는 가열과 냉각 등 온도에 따라 상태 변화를 일으켜 동력을 발생시키는 액체나 기체 등의 작동 유체가 필요하다.

폐쇄순환식은 상대적으로 고온(20~30℃)인 표층수로 작동유체를 기화시키고, 상대적으로 저온(1~8℃)인 심층수를 통해 작동유체를 액화시키는 순환 과정을 반복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전력전환 효율은 5% 정도로 펌프 효율을 포함해 전체 시스템의 효율이 2.5% 내외이지만 상대적으로 설비 단가가 저렴하다.

작동유체로는 대개 암모니아, 프로필렌 등이 사용된다. 냉매 증기가 가지고 있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 화력발전이 석탄과 가스 등의 연료를 태워 물을 끓여 수증기로 터빈을 회전시키는 방식과 비슷하다.

개방 순환식은 해수 표층의 온수를 작동유체로 직접 사용한다. 표층 온수는 펌프로 증발기에 유입되고, 증발기는 진공펌프로 압력을 낮추어 온수가 상온에서 끓게 하며, 생성된 증기로 저압 터빈을 구동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터빈을 통과한 증기는 심층 냉수로 열교환기에서 응축돼 부산물로 담수가 얻어진다. 개방식은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아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담수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설비 단가는 폐쇄식보다 비싸다. 개방식의 전력변환 효율은 약 5.5%, 전체 시스템의 효율은 약 3.0% 정도다.

해수온도차 발전은 일반적으로는 심층수와 표층수의 온도 차이가 17℃ 이상인 경우가 적절하다. 적도와 남북회귀선 사이의 해양이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이 해역에 있는 키리바시, 투발루, 나우루, 마셜제도 등의 나라에서 관심이 높다. 키리바시는 아노테 통 전 대통령, 투발루는 에넬레 소포아가 수상 등이 관련 기술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는 한 번 설치만 하면 다른 재생에너지원이나 해양에너지원과 달리, 연중 발전량 변동이 거의 없이 일정하게 전기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다. 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은 보조 수단도 필요하지 않다. 또한 해양심층수가 있는 해역에서는 다양한 미활용 열원을 이용해 중소규모 분산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키리바시 역시 적도 바로 위라고 할 수 있는 북위 1도 19분, 동경 172도 59분에 위치해 있다. 연중 표층수 온도도 26~29℃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돼 1년 내내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해수온도차 발전의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해수온도차 발전 기술개발 및 실용화 연구는 현재 EU, 일본,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적도에서 먼 곳은 상대적으로 이 차이가 그리 크지 않지만 해안 근처의 온배수를 이용하거나, 해역에 따라 10~15℃ 내외의 온도차가 있는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수온도차를 이용하면 발전소 이외에 냉난방시스템도 만들 수 있다. 해수온도와 대기온도의 차를 이용해 대기온도를 냉각·가열하는 공기히트펌프, 해수를 이용해 냉난방 계통 내에 순환되는 냉온수를 냉각·가열하는 해수열원히트펌프로 구성된다. 냉각시스템에 이용되는 냉동기의 응축기 부분에서 공기열원 대신에 해수열원을 이용해 냉매를 냉각시켜 냉동효과와 시스템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 19세기 첫 고안…1970년대 석유파동 때 미국이 본격 연구

해수온도차 발전 개념도
해수온도차 발전 개념도

이 방식의 발전 시스템 원리는 이미 19세기에 고안됐다. 1881년 프랑스의 과학자 다르송발(J.A.d’Arsonval)이 화력발전의 원리를 바닷물에 적용해보는 과정에서 해수온도차 에너지를 발견했다.

당시에는 별도의 연료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아이디어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화학적 안정성이 있고, 끓는점이 낮은 냉매를 찾기 어려웠고 깊은 바다까지 이르는 순환계통을 만드는 것이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했다.

실제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진 것은 1970년대 석유파동이 일어났을 때다. 미국은 록히드마틴 등을 앞세워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해 1979년에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50㎾급 해수 온도차 발전소를 건설해 실증실험에 성공했다.

일본도 2년 뒤인 1981년 남태평양 나우루에 120㎾급 해양온도차 발전소를 세웠다. 미국 에너지부는 시험발전소 가동이 성공하자 바로 40㎿급 발전소를 계획했지만, 1990년대 들어 유가가 계속 떨어지자 무산됐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부터 연구가 시작돼 2013년 20㎾급 해수온도차 발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실증했다. 이외에 해수-미활용열 고온도차 발전도 200㎾급 설비가 2014년부터 강원도 고성의 해양과학기술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 구비돼 있다.

해양표층수를 대신해 연안 인근의 산업단지와 발전소 등지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열원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해수온도차는 20~30℃의 온도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효율이 3% 내외지만, 고온도차 발전은 열수와 해양심층수의 온도차가 70℃ 내외이기 때문에 효율을 7% 정도로 높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