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한·중·일·러 연결 동북아 전력망 사업에 7조∼8조원 필요”
[포커스] “한·중·일·러 연결 동북아 전력망 사업에 7조∼8조원 필요”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12.1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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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맥킨지보고서 “전력 수급·전기료 인하·온실가스 감축 이점” vs “당장 추진 어려운 장기사업”

[한국에너지신문] 우리나라의 전력망을 중국, 러시아, 일본과 연결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에 최소 7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전력이 최근 맥킨지컨설팅에 의뢰해 ‘동북아 계통연계(전력망 연결) 추진을 위한 최적 방안 도출 및 전략수립’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 11일 한전은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 인천 부평구갑)의 요청을 받아 이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력수급 안정, 전기료 인하, 온실가스 감축 등 이점은 있지만, 국제 관계와 막대한 투자비 등의 요인 때문에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운 사업이라는 것이 요점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 웨이하이~한국 인천 간 370㎞ 구간을 해저 케이블로 연결하는데 2조 9000억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북한~경기 북부까지 1000㎞ 구간을 연결하는데 2조 4000억원이 든다.

일본은 해저케이블로 경남 고성과 연결하는데, 두 가지 방안이 있다. 하나는 기타큐슈, 하나는 마츠에를 기점으로 삼는 것이다. 기타큐슈는 220㎞ 구간에 1조 9000억원, 마츠에는 460㎞ 구간에 3조 3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타큐슈 안을 채택하면 총투자비는 7조 2000억원, 마츠에 안은 최대 8조 600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고 일본에는 전력을 수출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 실제 추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외국 사례를 보면 북유럽은 대체로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남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의 전력망을 하나로 잇는 사업은 각국 관계 때문에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성사만 되면 전기요금 인하와 온실가스 감축, 전력 수급 안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력계통 섬’ 한반도, 유라시아·일본과 연결
예상 운영 ’25년 부터 추진까지 과제 ‘산더미’

전력계통상 우리나라는 섬나라와 비슷하다. 지리상 반도국가지만, 실제 경계를 맞대고 있는 북한, 중국과 전력계통은 단절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전력망을 다른 국가와 연결하면 국내 생산이 부족할 경우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진 상태에서 전력망을 연계하면 날씨에 따라 많이 생산된 전력을 파는 데에도, 부족분을 사 오는 데에도 유리하다.

보고서도 중국과 러시아에서 전력을 수입하면 국내 생산보다 저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례로 중국에서 전력을 수입할 경우 한전은 연간 1조 3000억원의 전력량 정산금을 절감해 최대 1㎾h당 약 3원의 전기료를 인하할 수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에서 전력을 수입해 국내에서 소비하면 온실가스 1100만 톤, 미세먼지 2만 톤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일본으로 전력을 수출하면 온실가스 400만 톤, 미세먼지 7000톤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맥킨지는 전력망 연계가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율하고 큰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동북아 긴장 완화와 경제성을 위해 초기 단계부터 북한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슈퍼그리드 사업은 세계적으로 논의가 활발하지만 당장 추진하기엔 어렵고, 느리더라도 결국 실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북아 슈퍼그리드’라는 명칭은 없었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지와 한국, 일본의 전력계통을 잇는 방안은 1990년대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제시됐다. 당시 분리 독립한 러시아가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으며 자국 내에서 풍부한 천연가스로 생산한 전력이 남아돌게 되면서 이를 소진하는 방안을 찾는데 골몰했다.

그러던 중 러시아 에너지시스템연구소와 한국전기연구원이 한·중·일·러를 잇는 1998년 ‘동북아 전력계통 연계’ 방안을 내놓은 것이 시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에도 연구 및 협력 차원에서 논의를 이어나갔고, 박근혜 정부 때에는 유라시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추진된 바 있다.

최근에 눈길을 끈 것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덕분이다. 그는 한·중·일·러 외에 몽골을 포함시키는 안을 2011년 처음으로 제안했다. 시베리아와 연해주 지역에서 수력과 천연가스 발전,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의 네이멍구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중국과 남한, 북한, 일본에 공급하는 방안이다.

손 회장은 북유럽 등지에서 실현되고, 남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를 잇는 ‘슈퍼그리드’가 논의되는 데서 영감을 얻어 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북아와 러시아 등 5개국이 연결되면 아시아 슈퍼그리드를 만드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당시 일본이 극심한 전력난을 겪게 된 것도 이를 구상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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