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구멍 난 열수송관 관리 시스템…전국 배관 32% 위험 노출
[포커스] 구멍 난 열수송관 관리 시스템…전국 배관 32% 위험 노출
  • 오철 기자
  • 승인 2018.12.10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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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 ‘왜’
점검 인력 부족·관리 규정도 없어
누수감지시스템은 ‘유명무실’
산자부, 뒤늦게 관리 대책 준비

[한국에너지신문]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 열수송관이 터지면서 사망 1명, 부상 40여 명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 2800여 세대도 한파 속에 난방과 온수가 끊겨 곤경을 겪었다. 노후화로 인한 배관 부식이 일차 원인으로 꼽혔지만, 반복되는 사고의 배경에는 부실한 배관 점검과 유명무실한 누수감지시스템, 구멍 난 안전관리규정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고양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 41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열수송관(이중보온관)이 파열됐다. 섭씨 100℃가 넘는 뜨거운 물이 솟구쳐 인근 도로 3만㎡가 침수됐다. 수송관 파열 지점 위를 지나던 송 모 씨(69)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인근 도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파열된 열수송관 근처 도로에 있던 시민 41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인근 4개 아파트단지 2861세대의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밤이었기에 난방 중단으로 떨었을 시민의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난과 경찰은 배관 부식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파열된 온수배관은 1991년에 만들어진 27년 된 배관이었다. 특히 이번 사고 인근 지역인 고양시 백석동에서 2016년 같은 이유로 열 공급이 중단된 바 있고 올 초 분당에서도 2건의 같은 사고가 발생했기에 노후 열수송관이 한계에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난 관계자는 “열수송관의 수명은 40년 정도지만 배관관리와 지반 상태, 공급되는 온수 온도에 따라 수명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20년 이상 된 낡은 배관이 전체의 30%가 넘는다는 것이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6일 한난으로부터 제출받은 ‘장기사용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묻혀있는 길이 2164㎞ 배관 중 20년 이상 사용한 배관은 686㎞다. 전체 32%에 달한다. 

이들 노후관의 상당수가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와 서울 강남 등에 깔려 있다. 노후관의 비율은 분당이 77%로 가장 높고 강남(54%), 반포·여의도(53%), 고양(50%) 지역이 뒤를 이었다. 평촌과 중동, 산본 등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다른 신도시도 노후관 비율이 높아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한난은 소극적으로 점검을 시행하고 있었다. 공사 측은 당일 약 6시간 전에도 배관의 난방수 유출, 균열 등 10개 항목을 점검했으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점검은 보통 육안 관측으로 이뤄지는데 고양시 일산 동구지역 수송관로 123㎞를 단 두 명이 점검해왔기 때문에 꼼꼼한 점검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한 특수장비 점검도 연 2회만 시행하고 있으며, 그마저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고 일지조차 작성하지 않아 부실 점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누수점검시스템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990년 1기 신도시 개발에 앞서 열 배관이 매립될 때 실시간으로 누수를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이후 시공된 아파트 공사에 의한 파손과 노후화로 인해 현재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기 힘든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난 관계자는 “1998년 이후로 설치된 배관에서는 누수감지시스템을 실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 전에 설치된 곳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실토했다. 1기 신도시에 설치된 누수감지시스템은 가동하지 않은 지역도 있고 가동을 하더라도 불능 지역이 많아 모니터링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관계자는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지역은 관리 중점지역으로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관리규정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집단에너지사업자는 자사의 안전관리규정을 두고 이를 시행하고 있는데 유지·보수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노후화된 배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실상 안전관리규정 자체도 열공급시설 위주로 만들어져 있어 배관 점검과 노후배관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사고 발생 다음 날인 5일 ‘한난 열수송관 사고 재발 방지 대책’ 자료를 통해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내년 초 정밀진단에 기반한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성윤모 장관도 정부서울청사에서 “1주일간 긴급점검을 진행하고 한 달 안에 정밀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필요한 조치를 차질없이 모두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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