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해프닝으로 끝나야 할 ‘생트집’ 기사
[양재천에서] 해프닝으로 끝나야 할 ‘생트집’ 기사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12.04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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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필자가 몇 년 전 식품의약계 전문신문에서 근무하던 당시 선배 기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약 30여년 전인 1987년 당시, 모 방송사의 한 기자가 식품 공장에 들이닥쳤다. 공장에서 쓰는 원료 안에서 대장균이 잔뜩 검출됐다는 뉴스가 그 날 그 기자의 타이틀이었다. 해당 업주는 혐의가 확정돼 처벌을 받았지만, 아직도 억울함을 풀 수 없다고 했다.

그 업주에 따르면 해당 기자는 광고 협찬 등에 비협조적인 데에 앙심을 품었다. 지역지와 전문지에는 광고 협찬을 하면서 큰 방송사에는 왜 하지 않느냐는 ‘항의 반 협박 반’의 실랑이가 사건 전에 얼마간 이어졌다고 했다. 그 기자가 일부러 화장실 바닥에서 이물질을 잔뜩 묻히고 확인을 한다면서 재료를 더러운 손으로 휘저어 놓고는 감독기관 공무원들을 들이닥치게 했다는 것이 업주의 심증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물증은 찾지 못했고, 더구나 상대가 방송사 기자인지라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고 한다. 한 때 식품공장의 대장균 검출 관련 보도가 신문과 방송에 무더기로 등장했던 것은 식품업계의 자정도 유도했겠지만, 한편으로는 악의적 보도에 따른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했을 것이다.

업계를 막론하고 잠재적 광고주인 회사들은 신문사와 방송사의 광고와 협찬 요구에 비협조적이면 악의적 보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환경 및 에너지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때로는 칭찬을 받아야 할 내용인데도 약간의 실수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공격과 모함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설명이 부족했다면 잘 설명하라고 하고, 바로잡았을 때 인정해 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실수했다고 해명하면서 바로잡아도 기자와 그 소속사들은 잘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고치면 왜 또 고쳤느냐면서 트집을 한 번 더 잡는 경우도 있다. 취재인지 취조인지 모를 질문만 하면 또 모르지만, 필시 후속 기사를 한 번 더 쓴다. 기자들끼리는 이런 행태를 ‘한 번 더 조진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대개 이런 식으로 광고주가 길들여졌다. 광고와 협찬을 하라는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악의적인 기사를 내면서 정정기사를 내 줄 테니 돈을 달라는 식이었다. 그게 잘 안 통하면 또 다른 트집을 잡는다. 그것은 비단 2~3년 전에 문제가 됐던 일부 악질적인 인터넷 신문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종합 일간지, 경제지, 방송사 등등의 회사들이 광고가 막히면 즐겨 써먹는 방식이다. 똑같은 짓을 거기서 정리된 인사들이 작은 회사를 차려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런데도 작은 신문사에서 그런 일이 불거지면 큰 회사들은 마치 자기들은 안 그런 양,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가면서 ‘내로남불’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지면 광고가 불황이다 보니 대기업 광고가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이전에 하던 짓을 아직 마수가 뻗치지 않은 분야에서 다시 시작한 것이다. 전문지가 주로 담당해 오던 기업과 그들의 협력사들이 주요 먹잇감이 됐다.

아마도 이러한 저열한 공격, 언론에 ‘대한’ 것 아닌 언론에 ‘의한’ 탄압은 날이 갈수록 더해질 것이다. 광고에 경영을 의존하는 상업지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건 변명이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선이 있다. 그 선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기자와 언론사가 될 것인가, 쓰레기와 쓰레기하치장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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