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에너지 협력은 한 걸음부터 추진해야
모든 에너지 협력은 한 걸음부터 추진해야
  • 한국에너지
  • 승인 2018.11.19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신문] 최근에 동북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협력에 대한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전력과 관련해서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천연가스와 관련해서는 남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PNG 사업 등이 거론된다. 

북한은 전력과 가스, 원유 등 기본적인 에너지 사정이 매우 나쁘다. 남한은 그나마 다양한 에너지 관련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어 협력 관계를 맺게 된다면 모든 면에서 우리가 우위의 입장에 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계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남한은 북한을 통과하지 않는다면 에너지에 관해서 만큼은 ‘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독립적인 계통이다. 이것은 북한이 우리들보다 우위에 서게 만들어 주고, 그 결과 양측이 각각 대등한 입장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의 지역 연계와 같은 주제들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사업을 통해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도 있고, 반대로 가장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한은 70년 전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던 역사의 상처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그러한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고는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곪은 상처가 신속하게 낫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상처를 치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너무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내부의 문제인 남북문제가 아니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이 있다. 당장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지금보다 더 돈독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자면 전통적으로 서로를 우방으로 여겨 온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다시 말하면 이 모든 것은 정치 외교상 민감한 것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넘어갈 수가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가스와 석유, 그리고 전력의 계통이 작게라도 연결이 된다면 그것은 해당 국가 간의 의존도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와 경제가 연결되면 정치 외교 측면에서도 당연히 연결될 수밖에 없다. 경제는 경제대로, 외교는 외교대로 해나가기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면 이러한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하나씩 순서에 맞게 추진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북한과의 연계도, 중국과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다른 국가와의 연계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조차 연계를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신뢰의 회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단계를 더 추가하고 싶다. 바로 기술 수준의 향상이다. 이는 신뢰의 회복보다도 더 앞에 놓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국민이 원하는 협력의 방식은 우리나라가 이 협력에서 우위에 놓이는 것이다. 그것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고 대등한 관계 속에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신뢰 회복에 앞서 기술 수준의 향상을 강조하는 이유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남한의 에너지 사정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의 인근 국가들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우리가 우위에 서 있는 무엇인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들은 이미 자원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서 우월한 협상을 할 수 있는 나라다.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인가 요구하더라도, 그들이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 없다면 대등한 거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대등한 관계도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약자가 강자에게 요구하는 신뢰만큼이나 허무한 것은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 국가 사이의 다양한 에너지 협력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무리하게 추진되거나 한꺼번에 큰 성과를 이룰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급한 나라는 아직 없다. 지금은 차라리 기초를 쌓아나가야 할 시간이다.

우리 세대에 모든 결과를 보지 않아도 어떠랴 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어떤 것이 기회이고 어떤 것이 위기인지 냉정하게 성찰할 시간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