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DR시장에 ‘공정’의 바람이 불기를
기울어진 DR시장에 ‘공정’의 바람이 불기를
  • 오철 기자
  • 승인 2018.11.12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철 기자
오철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공정경제는 문재인 정부 경제 운용의 큰 축 중 하나이다. 기회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결과로써 성장의 과실을 정당하게 나누자는 것이 골자다. 그간 기존 시장에서 대기업에만 이익이 돌아갔던 ‘불공정’ 체계를 개선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정부의 의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공정 행태는 정부의 바람과 다르게 새롭게 생긴 에너지 신사업 ‘수요자원(DR, Demand Response) 거래 시장’에서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저마진 수수료율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DR시장은 기업이 아낀 전기를 정부가 금전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전력 수급 안정과 기업의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 유도가 목적이다. 기업 이익 창출에도 맞아떨어져 4년 만에 2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수요관리사업자가 있다. 사업자는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자원 모집 및 감축 요청 관리 등의 역할을 하고 기업이 받는 정산금에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아 간다.

하지만 대기업이 작년부터 정상 마진 이하의 낮은 수수료율로 기업을 모집하면서 DR시장이 수수료 경쟁 과열로 혼란스러워졌다. 문제는 수십조 매출을 자랑하는 대기업의 공격적인 영업력에 중소기업들이 경쟁에서 나가떨어지고 있다는 것. 

수수료를 근간으로 생존하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은 낮은 마진이나 ‘노마진’으로 계약을 해도 경영상 어려움이 없다.

실례로 S제련소에 대해 마이너스 수수료를 제시하고 대신 100억대 ESS사업을 수주한 일과 ‘경제성DR’에서 낙찰 여부(전력 절감 약속)와 상관없이 고정급을 지급 한다는 계약 조건 등 DR의 본래 목적을 잃은 듯한 사건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가 계속되자 올해 초 사업자들은 관계 당국에 시장질서의 혼란을 막는 상생 방안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소극적 입장에서 해석된 법률 자문 내용과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른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입을 막았다. 

이처럼 정부의 방관이 계속되면 중소기업 육성 성공사례로 홍보됐던 DR시장은 대기업에 잠식당할지도 모른다. 불공정하고 비정상적인 계약들로 채워진 DR자원들은 전력 피크 시 불안정 요소가 되어 비수로 돌아올 것이 뻔하다.

지난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경제는 서민과 골목상권,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가 함께 잘살고자 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앞서 8일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평평한 운동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공정경제를 강조했다.

마침 한 중소기업 사업자가 대기업 불공정 의심 영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이다. 산자부도 공정위 판단을 주목하고 있어 결과는 정책 개선 방향에 영향을 줄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말한 공정경제의 다짐이 이번에야말로 기울어진 DR시장에 하루빨리 적용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