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환경친화적인 것이 안전친화적인 것일까
[전문가 칼럼] 환경친화적인 것이 안전친화적인 것일까
  • 천영우 인하대학교 대학원 교수
  • 승인 2018.10.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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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교수
천영우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너무나도 더웠던 올해 여름을 지나오면서 이제는 에어컨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곳에 살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한편 동시에 떠오른 것은 에어컨 냉매로 사용되었던 ‘염화불화탄소(CFC, 프레온 가스)’이다.

이 물질은 오존층 파괴물질로 규명되어 선진국은 1996년, 개발도상국은 2010년에 이미 생산과 소비가 금지되었으며, 또한 2세대 냉매로 불리는 ‘수소화염화불화탄소(HCFC)’도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2010년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여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오존층 파괴물질인 ‘프레온 가스’는 단순히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 사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정제, 발포제 등의 다양한 용도로도 사용되어 오고 있다.

이미 20여 년이 지난 사건이지만, 경남 양산에 소재한 한 사업장에서 1994년 초순을 기점으로 기존의 ‘프레온 가스’ 세정제를 일본에서 오존층 파괴 대체물질로 개발된 ‘솔벤트5200’(혼합유기용제로 주성분은 ‘2-브로모프로판’)으로 대체하여 사용해 오던 중 여성 근로자들의 월경 중단, 남성 근로자들의 정자 감소 등 생식 독성 직업병 집단 발생 사건이 1995년 8월에 있었다.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는 범지구적으로 중요한 환경 이슈인 것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 문제만 고려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조치였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친화적인 용제를 사용함으로 인하여 그 물질을 취급하는 근로자의 건강상 문제가 발생된 점을 고려해 볼 때, 환경친화적인 것이 안전친화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또 다른 대체물질을 사용함으로 해결을 한 사례이기도 하다.  

다시 에어컨, 냉장고 등의 냉매로 넘어와서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환경규제들과 보조를 같이 하며 냉매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 오존층 파괴물질의 대체물질로 대두되어 소위 3세대 냉매로 불리는 R-22 등의 ‘수소화불화탄소(HFC)’계열 냉매는 오존층 파괴는 없지만 지구온난화 물질로 분류되면서 이 또한 규제(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온실효과 가스로 지정)되고 있는 반면, 대체물질 중 R-600a는 자연냉매의 일종으로 소위 ‘친환경 특수 냉매’라는 별칭으로 오랫동안 생산 및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환경친화적인 냉매는 공교롭게도 이소부탄(Isobutane)이라는 인화성 물질로 이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는 화재 위험성의 가중을, 사용자에게는 추가적인 화재 위험요인이 더 발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화학물질관리법’의 개정방향을 보면 독성물질 사용을 저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을 알 수 있다. 가급적 화학물질 특히 발암성이 있거나 독성이 높은 물질의 사용을 저감하는 방향으로 유도되는 규제 현실을 비추어 볼 때, 환경과 안전에 유해한 화학물질의 생산 및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은 주요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새롭게 대체되는 화학물질이 더욱 환경 및 안전친화적이면서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물질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지만, 그런 물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나 아니면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한편, 환경과 안전은 인류에게 모두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이지만, 어쩌면 일정 부분에서 상충하기도 한다.

이에, 만약 환경과 안전의 요구조건을 현재의 기술로는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어느 정도까지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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