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시대 이끌 집단에너지 정부가 제도적 장치 만들어야
에너지 전환 시대 이끌 집단에너지 정부가 제도적 장치 만들어야
  • 한국에너지
  • 승인 2018.10.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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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지난 13일 서울에너지공사가 ‘에너지 전환 시대, 집단에너지 역할’이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그리고 아파트 건설을 지속하면서 1984년 목동 아파트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면서 집단에너지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서울의 아파트는 사실상 거의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집단에너지의 기본 개념은 저급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이지만 우리나라는 이와는 철저히 반대 방향으로 발전해 온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산업이다.

1950년 핀란드에서 처음 시작한 집단에너지 산업은 주변의 나무를 이용해 공동으로 난방을 한 것이 그 효시다. 이후 유럽의 집단에너지 산업은 나무나 농산물의 부산물 등을 이용해 열을 생산하고 난방에 이용했다.

이러한 바이오 연료는 개인적으로 이용할 경우 연기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만 대규모로 이용할 경우 이와 같은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북유럽에서는 저급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파트의 집단에너지 공급은 처음부터 가스를 연료로 목동부터 시작됐다. 가스는 연료 가운데 가장 비싼 에너지로, 우리는 난방에 최고급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처음 목동에 집단에너지를 공급할 때는 88올림픽을 앞두고 중유를 사용하던 서울의 대기를 개선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가스를 사용했지만 정부나 사업자 모두 집단에너지의 기본 개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개선은커녕, 가스를 사용하는 집단에너지 난방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난방에 공급하는 열은 겨우 섭씨 100도 정도다. 굳이 최고급 연료를 사용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러한 지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사업자들이 한 것은 겨우 쓰레기 소각 열을 공급받아 이용하는 것이 전부였고 어느 사업자도 저급 에너지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저급 에너지 이용에 앞장서야 할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외면으로 우리나라의 저급 에너지 활용은 제로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콘퍼런스를 가보아도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재무개선을 위해 난방비를 올려 달라고 졸라대기만 할 뿐 누구도 집단에너지의 기본 취지를 살리는 사업 방향으로 전환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이번 콘퍼런스도 유수의 사업자들이 모여 토론을 벌였지만 정작 한국의 집단에너지 연료를 거론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종의 금기 사항 같았다.

지금 지구촌은 에너지 전환 시대다. 집단에너지 산업은 에너지 전환에 있어 가장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 스마트 시티, 4세대 난방기술을 말하기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화석 에너지에서 탈피하고 저급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찾는 것이 집단에너지의 기본 취지를 살리고 에너지 전환 시대를 이끌어 가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집단에너지 산업이 오늘처럼 왜곡 발전한 것은 무엇보다 정신없는 에너지 정책 때문이다. 집단에너지 시설은 다른 에너지 시설에 비해 저급 에너지 활용이 쉬운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유인책을 내놓은 정책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우리 주변에는 저급 에너지가 그냥 버려지고 있어도 정책 당국자들 눈에는 띄지 않는 것이다. 말은 쉬워도 현실적으로 저급 에너지를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꼭 수치로 말하지 않아도 저급 에너지를 활용하면 일자리 증가, 대기 오염 개선, 화석 에너지 소비 감소와 에너지 수입 비용도 줄어든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저급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우선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의 의지가 있는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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