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섭의 에너지 상식] 8. 에너지 공기업
[남부섭의 에너지 상식] 8. 에너지 공기업
  • 남부섭
  • 승인 2018.10.0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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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우리나라는 국민 소득이 3만 달러인 OECD 가입국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쉽게 선진국이라 부르지 않는다. 국제 협상에서 개도국이라는 유리한 입장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GDP는 세계 12위로 아프리카 대륙 전체보다 많다. 어느 모로 보나 선진국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왜 선진국이라 하지 못할까? 산업구조가 문제다. 산업구조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여기서 제기하는 산업구조는 국영과 민간의 산업구조다. 그 가운데 에너지 산업 구조는 가장 후진적이다.

중앙 정부가 에너지 공급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로 설립한 에너지 공기업은 국영 기업으로 정부의 통제 하에 놓여 있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은 에너지 분야 공기업을 민영화하여 경쟁 체제를 이루고 있는 데 비해 우리의 공기업은 독과점을 넘어 독점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투자의 한계성을 갖고 있다. 선진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개방, 다시 말해 민영화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 세력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민영화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더구나 진보세력이 민영화에 더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공기업은 정부의 독점적 지배 기업으로 정부의 역할과 간섭을 줄이려면 민영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지만 정치세력들은 자신들의 권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기업의 민영화는 1980년 1월 당시 선경이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고,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 한전의 민영화를 시도하다 중단한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유럽 국가들이 2000년을 전후로 민영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너지 공기업의 파워가 워낙 강력해 누구도 민영화를 입 밖에 내려 하지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에너지 공기업의 폐단은 상당하다. 한전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전력회사다. 그러나 운영 효율은 최하위다.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모두 마찬가지다. 운영 효율 측면에서 보면 내일 아침 당장 민영화해야 한다.

그러나 한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량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왜 그럴까? 한전은 발전소 운영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영 측면에서 비효율을 상쇄하고 남는 것이다. 이는 필자의 주장이 아니고 서울대 모 교수의 연구 결과이다.

석유공사를 비롯한 자원 개발 기업의 행태는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험난한 자원 개발을 관료적 시각에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간 기업이 그렇게 했다면 수십 번 망했을 것이다. 에너지 공기업은 적자를 내지 않는 곳이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적자 더미에서 끝없이 자신들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전 국토 전화 사업이라 해서 산간오지 움막에도 전기가 들어간다. 가스관도 전선처럼 깔아가고 있다. 경제성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에너지 비용은 한 달에 몇만원 내는 전기세와 가스 요금이 전부가 아니다. 에너지 공기업들이 빌려 쓴 돈의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 오직 ‘마이 웨이’만 외치는 독점 에너지 공기업의 가장 큰 폐단은 세계적인 에너지 산업 조류를 거스르는 데 있다.

지속적으로 화석에너지 공급을 늘려나가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틈이 없다. 정부는 화석에너지 공급 확대를 막아야 하는 차원을 넘어 줄여야 한다. 어느 정권이든 자신들의 권한이 축소되는 것을 바랄까? 

에너지 공기업을 민영화해 거대한 세력을 약화하지 않고서는 에너지 산업의 시대적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이것은 우리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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