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섭의 에너지 상식] 7. 에너지 주권
[남부섭의 에너지 상식] 7. 에너지 주권
  • 남부섭
  • 승인 2018.09.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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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우리 국민에게 주권(主權)이 삶의 전부였던 시대가 있었다. 국민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힘을 가지는 것이 우리 민족의 최대 관건이었다. 정치·사회적 의미의 주권은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에너지에도 주권이라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에너지 주권’이라는 말은 생소한 단어다. 개인이나 국가가 자신의 의사 결정을 스스로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에너지 문제를 두고 생각할 때 과연 우리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을까. 

에너지는 평상시 개인의 생활이나 국가 운용에 있어 식량과 같은 필수 재화이다. 우리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에너지를 풍부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너무나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응당 국가는 국민이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2006년 세계재생에너지위원회 의장인 독일의 헤르만 셰어가 ‘에너지 주권’이라는 저서를 냈다. 이후 에너지를 주권이라는 개념에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 국가의 존재는 완전한 주권을 행사할 능력을 갖추었을 때 온전한 국가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가장 중요한 군사 주권이 없다.

1950년 군사 지휘권을 넘겨 준 지 70여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전쟁을 할 경우 우리의 의지대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우리 군을 마음대로 지휘할 수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주권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지구촌의 강국들은 다른 나라에서 유전을 개발하면서 원유의 독자 처분권을 확보하고 있다. 유전이 속한 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고 원유를 처분할 수 있는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부 유전개발에 이러한 계약이 있다. 이러한 계약은 자국의 에너지 공급에 안정을 기하기 위한 일이다.

다시 말해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길이다. 우리는 베트남에서 유전을 개발하면서 일정 지분의 독자 처분권을 갖고 있다. 베트남에 원유가 모자라도 생산한 원유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세계 석유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중동의 원유개발을 하면서 독자 처분권을 확보하고 있다. 1970년대 중동의 산유국은 대부분 자국의 원유 생산을 외국에 의존하면서 처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처분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극한 대결은 중동 산유국에서 국유화로 발전한다.

지구촌 분쟁의 가장 많은 원인은 편중된 화석에너지 자원이다. 헤르만 셰어는 ‘에너지 독립의 길은 재생에너지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평상시 국가의 운용에 있어 에너지는 군사력보다 더 중요하다. 국가 경제 운용의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확보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소비되는 가스를 러시아 가스 파이프를 통해 전국적으로 공급한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면 러시아는 미군 기지가 있는 한국에 가스를 계속 공급할까?

그리고 외국에서 값싼 에너지를 도입해 쓰게 되면 상대적으로 에너지 자립에 대한 문제의식이 줄어들게 된다. 헤르만 셰어는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국가가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지를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화석에너지 뿌리가 너무 깊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없이는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70년이 되도록 군사 주권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나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1%도 줄이지 못한 것은  주권 확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가끔 국가의 백년대계를 운운하지만 실천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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