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열전소재, 이제 인쇄하듯 찍어낸다
유연한 열전소재, 이제 인쇄하듯 찍어낸다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08.2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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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흑린판 표면에 금 나노입자 결합
공기 중 안정성 높이고 제조공정 간단
조성윤 화학硏 박사 “웨어러블 기기 활용 가능”
동전크기와 비교한 열전 소재(오른쪽)
동전크기와 비교한 열전 소재(오른쪽)

[한국에너지신문] 국내 연구팀이 체온으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인쇄하듯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열전 소재를 개발해 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김성수)은 조성윤 박사 연구팀이 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어주는 새로운 유연 열전 소재를 개발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제까지의 열전 소재는 공기 중 취약성이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대비책이 추가로 필요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극복하고 인쇄 공정으로 간단히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냈다. 생산된 열전소재는 유연하게 휘어지는 특성도 있어 향후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될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됐다.

열전 소재는 주변의 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거나 반대로 전기에너지로 온도를 낮추거나 올릴 수 있는 소재다. 일상생활 속에서 와인 냉장고, 자동차 시트쿨러, 정수기 등에 쓰인다. 사람의 체온으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면 웨어러블 기기의 자가전원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현재까지는 전기로 온도를 바꾸는 소재는 상용화가 많이 진행됐으나, 열을 전기로 바꿔 주는 소재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정작 제품으로 만들어져도 효율이 극히 낮은 데다,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는 단점이 있었다. 깨지기 쉬운 성질도 있었다.

더구나 인체에 해롭고 해당 물질을 만드는데 필요한 광물 매장량이 극히 적어 열을 전기로 만드는 열전소재는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꿈의 영역이었다.

화학연구원 연구팀은 지구상에 풍부한 원소인 ‘인(燐)’을 활용해 만드는 ‘흑린’을 주목했다. 이 소재는 고갈 우려도 없고, 인체에도 무해하다. 하지만 이것 자체만으로는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기 때문에 안정성이 떨어지고 전기 전도도도 낮다.

연구팀은 흑린 덩어리를 얇은 층의 판으로 떼어낸 후 표면에 금 나노입자를 결합시켰다. 이로써 공기 중 안정성을 높이고 전기 전도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새 소재는 용액 인쇄 공정으로 만들 수 있어 제조 공정이 단순하고 유연하게 휘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물과 에탄올의 혼합 용매에 흑린판과 금 나노입자 전구체를 분산시켜 화학반응을 통해 금 나노입자가 흑린판 표면에 결합될 수 있도록 했다. 흑린판 표면에 금 나노입자가 결합되면 흑린판과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 흑린이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오래 있을 수 있다.

용액에 분산된 새로운 소재를 고무 기판 내의 구멍에 떨어뜨리는 잉크젯 프린팅 형태로 인쇄해서 열전소자를 제작했다. 인쇄 공정은 제조 과정이 쉽고 간단하며 비용이 저렴하다.

새 소재는 전기 전도도가 기존 흑린보다 약 6만 배 높고 열전 특성이 우수하다. 금 나노입자의 함량을 조절해 소재의 열전 특성도 용도에 맞게 제어할 수 있다.

조성윤 박사는 “이번 기술은 흑린 열전 소재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며 “유연하게 휘어지는 특성이 있어 향후 체온 이용이 가능한 웨어러블 소자의 자가전원으로 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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