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섭의 에너지 상식] 3. 화석에너지 사용을 고집하는 미국
[남부섭의 에너지 상식] 3. 화석에너지 사용을 고집하는 미국
  • 남부섭
  • 승인 2018.08.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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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미국은 흔히 연방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연방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있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에서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 곧이어 공화당 정권에서 폐기해 버린다. 왜 그럴까?

미국도 화석에너지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세계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1991년 걸프전이 끝나고 12년이 지난 후 2003년 또다시 걸프전이 일어난다. 이 전쟁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나 화학무기를 갖고 있다는 빌미로 미국과 영국 등의 연합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와 같은 무기는 발견하지 못한다. 당시 알카에다 문제도 있었지만, 이것도 관련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중동 산유국은 모든 석유 거래 수단으로 달러를 사용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이 2000년 11월 자국의 석유 거래를 유로화로 바꾸어 버린다. 중동의 석유 거래를 달러로 치르게 하여 세계의 기축통화로 위치를 굳히고 있는데 이라크가 정면 도전을 한 것이다.

당시 이라크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국가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기축통화의 지위에 손상을 가져오는 이라크를 좌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달러화는 1980년 이후, 미국이 무역적자로 돌아서면서 기축통화의 지위가 약해졌다. 유일하게 달러화의 지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중동 산유국의 석유 거래 결제 대금으로 달러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라크가 미국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었다. 

참고로 기축통화로서 달러란 무엇을 의미할까? 세계 어느 나라도 중동의 석유를 사 오기 위해서는 유로화나 엔화 등 다른 나라의 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 오직 달러여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석유가 필요한 모든 국가는 미국에서 달러를 빌려야 한다.

미국은 조폐 공장에서 돈을 인쇄해 빌려주기만 하면 된다. 미국은 2015년 기준 약 7조 달러 정도의 대외 채무를 지고 있다. 기축통화의 권리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국가 부도가 나도 열 번 이상 났을 국가다. 

하지만 미국은 냉전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계속해서 누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미국이 운영하는 국제은행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때도 그리스 부도 사태에도 미국은 국제통화기금을 통해 달러를 빌려주었다.

만약 석유 거래 결제 대금으로 위안화나 유로화, 엔화 등을 사용할 수 있다면 미국은 어떻게 될까? 미국 경제는 하루아침에 파산할 것이다. 미국은 광활한 영토를 갖고 있어 재생에너지 자원도 대단히 풍부한 나라다.

남부 지역은 끝없이 쏟아지는 태양에너지로 이것만 이용해도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재생에너지 길로 간다면 세계는 급격히 이 길로 들어설 것이다. 미국은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석유가 에너지의 지위를 빼앗기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아도 총기 규제를 하지 못한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군수산업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를 들고 나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석유 사용을 줄여 미국의 지위를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다.

석유 소비가 줄면 달러의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등의 요인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에너지 문제를 두고 논란을 일으키는 배경에 유럽과 미국의 패권 다툼이 이면에 있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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