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땜질 처방 누진제 완화 정책…실효성 ‘의문’
[포커스] 땜질 처방 누진제 완화 정책…실효성 ‘의문’
  • 오철 기자
  • 승인 2018.08.13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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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전 자료로 대책 만들고 검침일 따라 혜택 ‘복불복’

[한국에너지신문] 정부가 한시적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할인 수준에 불만의 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다. 하루 5시간만 에어컨을 켜도 전기료가 14만원을 훌쩍 넘는데 할인이 겨우 2만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적절치 못한 자료 분석과 검침일에 따라 달라지는 ‘복불복’ 혜택 등의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 에어컨 가동 멈출 수 없는 현실 반영 못 해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누진제 구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내놨다. 1·2 누진구간 범위가 각각 100㎾h 늘어나 전체 가구의 67% 정도가 가구당 월 1만 370원을 덜 내게 됐다.

4인 가구(평균 전력사용량 350㎾h)의 경우 에어컨을 틀어 100㎾h가 추가되면 기존에는 8만 8190원을 지불해야 했으나 이번 할인으로 6만5680원만 내면 된다. 2만 2510원(인하율 25.5%)이 할인된 셈이다.

하지만 산자부에서 예를 든 100㎾h가 실제 에어컨 가동시간으로 한 달간 매일 2시간 사용한 수준에 불과해 빈축을 사고 있다.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반나절 이상 에어컨을 틀기 일쑤고 열대야 때문에 밤에도 에어컨 가동을 멈추기 힘든 것이 현실인데 이를 고려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에어컨을 매일 3시간(+162㎾h)  튼 것만으로도 최고 누진구간(501㎾h 이상)에 속하게 되어 전력을 더 사용할수록 할인율은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게 됐다. 하루 3시간씩 틀면 전기요금이 10만 7900원에서 8만 6600원으로 2만 1300원 할인되는데, 16만원(매일 6시간)이 나와도, 23만원(매일 10시간)이 나와도 2만 1300원 정도만 할인돼 오히려 할인율은 감소하게 됐다.

■ 분석 기간부터 틀렸다…검침일 따라 혜택도 제각각

분석부터 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자부는 대책 수립을 위해 7월 검침일(22~26일) 기준으로 419만 가구의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분석했다.

7월 22일이 검침일이면 보통 6월 22일~7월 21일까지의 전력사용량으로 전기요금이 나오는데 폭염이 7월 중순부터 시작됐기에 증가한 에어컨 사용량이 적절하게 적용됐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분석자료를 내놓으면서 약 89% 가구의 전년 대비 증가 금액이 1만원에 못 미쳤으며, 5만원 이상 증가한 가구는 1% 수준이라고 밝혔고, 그 이유로 전기요금 부담을 우려해 냉방기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검침일에 따라 누진제 완화 기간이 달라지는 문제도 지적됐다. 정부가 7∼8월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검침일에 따라 일부 가정은 7월 대신 9월, 8월 대신 6월에 사용한 요금이 적용된다.

한전에 따르면 검침일이 15일인 가구는 7월분(6월 15일~7월 14일)·8월분(7월 15일∼8월 14일) 요금이, 검침일이 12일인 가구는 8월분(7월 12일∼8월 11일)과 9월분(8월 12일∼9월 11일)을 할인받는데, 더위 시작 전인 6월과 시원한 9월이 포함되어 있어서 할인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검침일이 1일인 가구는 8월분(7월 1~31일)·9월분(8월 1~31일)이 적용되어 온전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전은 “한정된 인력 때문에 월별 검침을 같은 날 다 할 수 없어 7차례에 나눠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전이 고객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검침일을 정하도록 한 한전의 기본공급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단, 오는 24일부터 개인이 원하는 날짜에 검침일을 정할 수 있게 했다.

■ 요금폭탄 ‘주범’ 누진제 개편은 미뤄져

정작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중장기과제로 미뤄졌다. 정부는 누진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대책을 당장에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 등에서 공론화 등을 거치는 과정을 밟아 중장기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정부는 주택용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요금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해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경부하, 중간 부하, 최대 부하 3단계로 나눠 차등 적용하는 것인데,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에는 도입됐다.

산업용의 경우 밤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인 경부하 시간대는 사용량이 가장 많은 최대 부하 시간대보다 요금이 3분의 1 정도이며, 계절별로는 여름·겨울보다 봄·가을이 저렴하다. 이에 필요한 스마트미터기(AMI) 보급도 전국 2250만 가구로 신속하게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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