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친환경차 보급 확산 정책의 고집과 경직성
[전문가 칼럼] 친환경차 보급 확산 정책의 고집과 경직성
  • 정동수 한남대 기계과 (강의)교수
  • 승인 2018.07.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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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수 교수
정동수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제1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진행하고,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와 수소차 1만 5000대를 보급하는 등 ‘전기·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친환경차 판매 확대 등에 따라 미래 자동차 시장이 변경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또한 전기·수소차로 무공해 자동차를 보급 확대해 대도시의 미세먼지 문제를 개선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지구온난화 억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약 15년 전인 2003년 1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국가에너지 정책 및 연두교서를 통해 에너지와 환경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수소연료 이니셔티브’를 주창했다. 향후 5년간 17억 달러를 수소 인프라, 동력 및 독립발전용 연료전지자동차 개발에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조기 실용화 및 새로운 시장 진입이 가능한 분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2020년경에는 수소연료전지 신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그러나 낙관적으로 예측했던 2007년부터의 실용화 가능성이 희박해짐에 따라 중도 하차하였고 결국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에 일조했다.

그 이후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기존 자동차에는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하면서 한편으로는 전기차에 집중했다가 지금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선회한 실정이다. 타국에 앞선 조기 실용화보다도 시장 진입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까지 약 10여 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자동차 선진국들이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에 소극적인 걸 보면 조기 실용화는 시기 상조인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발표한 우리나라의 전기·수소차 보급 확산 정책이 15년 전 실패한 미국 정책을 답습하는 것 같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산업 발전과 환경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지금까지의 전기차 보급 붐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에 의존된 것으로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식물인간에 비유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시장 진입 자생력 확보가 예상보다 지연됨에 따라 보조금은 매년 줄어들고 친환경성도 불확실하여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선진국들은 전기차 대신 이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보급으로 돌아섰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여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전기차 시장을 고집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인 데 비해 중국과 우리는 전기차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동차 산업 후발주자인 데다 거대 시장을 확보한 전기차 생산용 원료 보유국이므로 우리와는 입장이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전기차 보급정책을 계속 고집하면서 선진국 추세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선회하지 않고 산업과 환경이라는 미명하에 수소연료전지차를 등장시키고 있다. 정책 선회보다는 전기차에 집중되는 불안한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고집이라 볼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차가 전기차의 고질적인 단점인 축전기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지만 고가의 차량 가격과 충전시설로 인해 시장경쟁력은 훨씬 불투명해 장기간에 걸쳐 많은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어야 하는데도 우리는 정부 보조금 의존 정책을 선호하는 것 같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나 내연기관차보다 환경적으로 크게 우수하지도 않다.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은 도로에 깔려 있는 각종 먼지가 차량통행으로 재비산되는 것과 엔진의 배출 공해 가스보다 훨씬 많이 발생되는 타이어 마모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므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보급 명분도 약하다. 

정책은 실패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고집부려 세계 추세에 역행함으로써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많을수록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범사업을 강화하여 정부 예산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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