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는 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센터는 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 한국에너지
  • 승인 2018.07.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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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사후관리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 기업체에 배당하는 사업 물량을 차등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의 n분의 1, 즉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 균등하게 배분하던 방식에서 기업의 사후관리 적정성에 따라 물량을 차등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존 n분의 1의 배분 방식은 재생에너지 보급제도를 시행한 지난 93년부터 실시한 제도로 25년 가까이 시행해 오면서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개선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의 골자는 센터가 수없이 제기되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정작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개념은 능력에 따라 대우하는 것인데 n분의 1 배분 방식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규모가 큰 기업이나 적은 기업이나, 잘하는 기업이나 못하는 기업이나 정부가 공급하는 물량을 똑같이 배분받는 공산주의적 경제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틀에 맞지 않는 제도를 장기간 운영함으로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기는커녕, 오히려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은 하지 말라는 조소를 받아 왔다. 이 제도를 25년이나 운영한 결과는 정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우리 귀에 익숙한 재생에너지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전국 곳곳에 흉물처럼 버려져 있는 재생에너지 설비는 말할 수 없이 많고 해외 저질 제품의 쓰레기장이 된 지 오래이다. 사회 통념에 맞지 않는 제도의 장기 시행은 국민이 재생에너지 설비는 공짜로 해주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시장의 자생력도 키우지 못했다.

보급제도는 재생에너지 기업을 키우고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도록 차원을 높여야 한다. 우선 보급사업을 기업이 주도하는 현실에서 얼마나 고품질의 제품으로 시공을 하였는가를 평가하여야 한다.

이 문제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고 민원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고효율·고품질의 제품은 팔리지 않고 저질 수입품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일본은 양질의 제품이 아니면 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지만 우리는 악화가 양화를 축출하는 시장 구도를 갖고 있다. 제도가 그렇기 때문인 것이다.

일 년도 사용하지 못하는 중국산 태양열 온수기가 한 해 수만 개가 팔리고 있지만 정작 국산 제품은 수십 개도 팔리지 않는 국내 시장 구도는 제도가 그 이유이다. 태양열, 태양광 등 모든 재생에너지 설비는 대부분 저질 저가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이 구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관련 산업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쉽지는 않겠지만 소비자가 직접 신청하게 하고 비용도 꼭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공짜가 만연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은 으레 공짜로 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록 보급에 지장이 있더라도 꼭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단 한 건이라도 어기면 퇴출시켜 보급 풍토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디자인도 평가의 기준으로 넣어야 한다. 국적 없는 건축물로 건축물 미관이 말이 아닌 데다 기존 건물과 어울리지 않게 마구잡이로 설치하고 있어도 센터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무사안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우리보다 몇 배 높은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와 같이 재생에너지 시설이 혐오스럽게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보급제도의 주역은 시공 기업이다. 정부의 보급 정책에 따라 이들 기업은 대부분 명운이 좌우된다. 시공 기업도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화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 보급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숫자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 이들 기업이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국제화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현재 수백 개나 되는 기업이 참여하는 보급 시장에서 우수한 기업을 배출하는 것은 어렵다. 센터는 비용과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관련 산업을 살리고 키워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사후관리만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아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센터가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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