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맛도 네 맛도 아닌 온실가스 감축 수정안…각계 반응은
내 맛도 네 맛도 아닌 온실가스 감축 수정안…각계 반응은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07.0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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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정부가 정하고 업계에 떠넘겨”
환경단체 “산림은 불확실한 감축 수단”

[한국에너지신문] 환경부와 산자부 등 정부 합동으로 지난달 28일 확정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대해 각계 입장이 갈리고 있다. 

산업계는 정부가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하겠다는 계획만 세워 놓고 실행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정작 이 목표를 국내 산업계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환경연합 등은 정부가 석탄발전 축소와 같은 확실한 감축 수단을 회피한 채 기존 계획을 약간 수정하는 정도로는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계는 일단 2030년 기준 감축 비용이 1조원 정도 더 늘었다며 정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 수정안에서 산업분야는 당초 계획 11.7%보다 8.8% 늘어난 20.5%를 감축 목표로 받았다. 양으로 따지면 4220만톤을 더 줄여야 한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시세는 톤당 2만 6000원 내외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지우면서도 업계 의견 수렴 절차는 없었다”며 “지금 발표된 해외 감축분 역시 국내 기업에 부담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연합은 정부가 처음으로 추가한 산림흡수원 활용은 확실한 감축 수단이 될 수 없다며 강력한 감축 의지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발전(전환) 부문 감축량이 당초 6450만톤에서 5780만톤으로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수정안에서 산림흡수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는 2210만톤이다. 환경연합은 논평에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며 “이전 정부가 수립한 전력계획으로 늘어난 석탄발전을 줄이는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온실가스 감축 현실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환경연합 처장은 “개발사업으로 날이 갈수록 산림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보면 산림흡수원은 활용할 수 있다고 해도 정부 목표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에 세운 수정안에서 해외에서 줄이기로 했던 온실가스 감축량 대부분을 국내에서 자체 해결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5년 정부가 발표한 2030년 배출전망치(BAU) 8억 5080만톤에서 37%인 3억 1480만톤을 줄여 5억 3600만톤을 배출하는 내용은 수정안에서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37%의 비중을 기존 국내 25.7%, 해외 11.3%에서 국내 32.5%, 해외 1.9%, 국내 산림흡수 2.6% 등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감축분은 2030년 기준 연간 2억 1880만톤에서 2억 9860만톤으로 7980만톤(36.5%) 늘어났다.

이번 수정안은 목표는 있지만, 업종별 세부감축량 등 ‘디테일’이 부실하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2020년이 목표연도였던 2015년판에는 철강, 석유화학 등 업종에 따라 세분된 감축량이 연도별로 제시됐다. 하지만 2018년판에는 전체 배출량을 3년 단위의 그래프 형태로만 공개됐다. 

신설된 산림흡수원 역시 ‘디테일’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분야다. 기후솔루션 이사를 맡고 있는 이소영 변호사는 “산림흡수원 인정은 국제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축 수단으로 언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만약 산림흡수원이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하면 3800만톤에 해당하는 배출권 9082억원어치를 해외에서 사와야 한다. 이 양은 이전 정부에서 승인한 7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늘리는 온실가스의 양과 맞먹는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녹색성장위 심의를 거쳐 7월 중으로 로드맵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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