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에너지 분야 위원회, 심리적 편향을 경계하라
[전문가 칼럼] 에너지 분야 위원회, 심리적 편향을 경계하라
  • 정환삼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8.06.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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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삼 책임연구원
정환삼 책임연구원

[한국에너지신문] 위원회와 공론화가 대세인 시대에 에너지 분야에도 여러 위원회에서 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이 대통령 혹은 단체장에게 위임한 행정처분권 일부를 보조·자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표적으로 국가 수준의 에너지기본계획에 참여한 위원이 있고, 서울, 부산, 대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에너지정책위원들을 두는 추세이다. 위원들을 살펴보면 시민운동가는 물론이고 종교인과 코미디언까지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대통령 혹은 단체장 임기에 따라 정책 방향이 급변하는 것을 방지하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장점은 시민사회가 성숙한 국가에서 더 잘 발휘되는 것 같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에너지 위원회는 담당 부서의 의사결정보다 더 좋은 집단지성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버리기 어렵다. 위원회의 시발점부터 이미 위임자의 정책 의지를 과다 반영해 ‘기울어진 채’ 출발하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이다.

선진사회는 우리보다 집단사고(groupthink)와 집단의사결정과 같은 행동과학에 대해 이해가 깊다. 개별 전문가들의 지식과 지혜가 모여 더욱 현명해진 집단이 개인 의사결정보다 더 큰 오류를 범하는 원인으로는 우선 핵심정보를 구성원으로부터 얻고, 위원으로서 평판에 자박(自縛)되고, 의견이 한편으로 쏠리는 극단화 현상을 든다.

이러한 원인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과 가용성 경험(available heuristic)으로 증폭된다고 알려져 있다. 확증 편향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또한 가용성 경험은 강한 기억이 담겨진 체험에 더욱 주목한다는 것이다.

생태주의자들의 주장과 충격적으로 보도된 테러가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신의 주장이 보편적 가치관에 기반한 것으로 착각한다. 소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고, 그들은 이런 오류를 경계한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계획’)을 수립하는 워킹그룹이 지난 3월 19일 활동을 개시했다. 이 계획은 계획연도가 2019년부터 2040년까지니 올해 중에는 확정해야 한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 5월부터 개최된 권역별 설명회에서 드러난 계획을 보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기본방향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구성, 참여분권형 추진체계 그리고 고용창출형 신산업 활성화로 제시하고 있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과 더불어 이미 정해진 길이다. 

위원들은 이들의 지속 추진에 대해서도 반추(反芻)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갈 길을 정한 주체들의 심리적 기제까지도 이해해야 한다. 이 계획에서도 반추되지 않는다면 2040년까지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할 게 분명하다. 

이 계획의 5개 분과 70명의 위원을 보면 극단화 현상을 유발할 주도층과 평판에 자박될 추종층도 보이고 초래할 결과를 애써 축소(minimizing consequences)하려는 도덕적 이탈(moral disengagement)까지 우려된다. 

당부하건대 참여자들은 거의 보름 간격으로 개최되는 회의에서 영화 ‘판도라’의 충격이 가용성 경험으로 남아 있지 않은지, 신재생에너지와 석탄에 대한 확증 편향은 없는지 자문해야 한다. 이 같은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고 경계해야 한다. 개별 의사결정보다 나은 집단지혜를 담아 온 선진국 위원들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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