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 확보 위한 국제협력의 기초는 ‘자구 노력’
에너지·자원 확보 위한 국제협력의 기초는 ‘자구 노력’
  • 한국에너지
  • 승인 2018.06.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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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국내에서 소요되는 에너지·자원 소비량의 약 95%는 외국산이다. 여기에는 매년 1000억 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간다. 가격 상승 및 수급 불균형 등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석유·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자원의 중동 편향성은 최근에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경로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이 시점에 전통적인 에너지 자원 강국인 중동 지역만 아니라, 몽골,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우즈벡, 카자흐 등의 신흥 자원 강국, 그리고 우리가 전통적으로 역외로 생각해 왔던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등지와의 에너지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남북 간 협력도 중요하다.

최근 석유와 가스, 석탄, 희유금속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자원인 태양광·열 자원과 풍황 자원도 우리나라에는 경제성 있는 자원이 많지 않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와 석유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몽골의 초원지대나 고비 사막,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 전기를 생산해 이를 끌어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동북아 슈퍼그리드, 더 나아가서는 유라시아 슈퍼그리드다.

우리로서는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국제협력을 맺는 활동은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마치 석유와 석탄, 가스 등 전통적인 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해 왔듯이 재생에너지 자원, 그리고 전력 자원이 다양한 연결고리로 엮여 있는 것을 완전히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다만 특정 전통 에너지 자원의 수입국 편중이 문제가 됐듯이, 동북아 지역 내에서 전력자원 수입 편중이 일어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경쟁이 이뤄질 수도 있는 이웃 나라와의 관계가 서로 간의 무역 의존을 통해 더욱 친밀해지는 것은 전쟁 방지에도 크게 기여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통해서든 다른 것을 통해서든 전력이라는 최종 에너지원의 국외 의존비율을 절대적으로 늘리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은 있어야 한다. 현대의 세계 시장은 협력보다는 경쟁이 일어나기가 쉬운 환경이다.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동북아시아는 더욱 그렇다. 각국이 유대관계를 오랫동안 맺어 왔지만 국가 간에는 경제적 의존성이 언제든지 끊어져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이어져 왔다. 

역사적으로 유럽은 작은 땅덩어리에서 나라와 나라가 국경선 이외에 결혼동맹 등으로 얼키설키 연결돼 있다. 그래서 유럽은 현재 EU로 하나가 됐다. 동북아시아에서도 그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는 있지만, 국가 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쫓고 쫓기며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식으로 이어온 측면이 두드러진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분야에서 국제협력으로 국가 간 의존성을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의존성 강화의 기초는 자구 노력임이 분명하다. 개인 간의 상거래 행위나 국가 간의 무역은 가치와 가치의 교환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가 가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우리의 에너지 터전을 제대로 가꾸지 않으면 협력을 시작할 수도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풍력, 태양광, 원자력과 석탄화력 등 전력자원뿐만 아니라, 수소에너지 등의 기체자원, 희유금속과 유용금속 등 광물자원이 모두 편중돼 있는 점을 유념한다면 나라들 사이에는 협력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눌 것이 없는 이에게 손을 내밀 정도로 국제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에너지 자원 분야에서도, 국제협력의 기초는 자구 노력이다. 소비되는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그리고 그 의존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그렇다. 

아직은 에너지 협력의 상대방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기술 측면에서 우위에 서 있다. 하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의 기술격차는 점차 좁혀진다. 이 시점에 우리나라가 안주한다면 동북아를 넘어 우리나라가 참여해야 할 국제적인 에너지 협력과 상호의존의 기초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에너지 협력이 강화되려는 이 시점이야말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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