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필요 없는 우정사업본부 배달용 전기차 선정
서두를 필요 없는 우정사업본부 배달용 전기차 선정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승인 2018.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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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국내외에서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충전 시설이 확충되고 충전 대비 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면서 더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올해 보조금이 책정된 전기차 약 2만 대도 이미 1월 중순에 예약이 끝났다. 정부에서도 이에 힘입어 추경예산에 약 7000대의 추가 보조금을 배정했다. 

정부는 특히 공공 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것을 서두르고 있다. 미세먼지가 이슈가 되면서 전기차의 친환경적인 효과와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최근 우정사업본부에서도 우편배달용 이륜차 1만 5000대 가운데 약 1만 대를 초소형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5000대는 전기이륜차로 교체해 좁은 골목이나 시장 등 운행이 어려운 지역에 투입된다.

우정본부의 이런 계획은 상징성도 있지만, 실제 주택가 대기 환경을 고려하면 의미가 크다. 거주자 입장에서 현재의 배달 이륜차는 대기 질과 소음 등에 있어 문제가 크다. 배달원 입장에서도 우편물의 부피가 커지면서 기존의 이륜차는 한계가 있다. 

우정본부는 우선 올해 약 1000대를 보급하고 내년에 4000대, 2020년에 5000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시범 보급차량은 이미 출시된 초소형 전기차인데, 이렇게 되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시범’이라는 이유로 ‘설익은’ 차종을 선정할 수도 있다. 내구성과 편의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면 ‘전기차 보급’이라는 큰 정책을 흔들 수도 있다.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여러 차종을 시험하면서 최종 선정을 위한 준비를 하는 시범 사업은 3년간이다. 그 기간 동안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다른 정부기관과 연계해서 선정하는 것이 실수를 범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조금 늦는다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려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만 짚어 보자. 

우선 초소형 전기차 안전기준 등의 인증 준비가 되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초소형 전기차 운행을 수년간 지연시켰다. 아쉬우나마 최근 준비를 서두르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올해 초 대통령은 초소형 전기차를 직접 언급했다. 여기에 힘입어 국토부는 빠르면 6월 중에 인증을 위한 준비를 마치게 된다. 

문제는 현재 운행되고 있는 차종은 이 기준과는 별도의 특례 조항에 의해 판매된 차종이라는 점이다. 특히 새로 마련되는 기준에 따르면 초소형 전기차는 큰 범주에서 경차로 분류된다. 경차는 안전성 등 다양하고도 엄격한 인증 기준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정본부도 차종 선정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국토부가 인증을 위한 안전기준을 마련한 후에 선택해도 늦지 않다. 새 기준에 따른 인증 절차를 통과한 다양한 차종을 시험해 보고 최종 선정해야 한다. 최소한 국토부 인증기준 발표 후 3~6개월간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둘째, 집배원이 만족할 만한 차량을 냉정하게 평가해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배달 품목은 편지보다는 소품 형태의 부피가 큰 우편물이 많다. 차량에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편의성을 위해서는 슬라이딩 도어도 필수적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집배원의 동선 최소화와 안전을 위한 디자인으로 설계해야 하고, 차량 크기, 고장 유무, 내구성, 사후 서비스망 등을 고려해 더욱 좋은 차종을 선정해야 한다. 

셋째, 국내 기업의 기술로 만들어진 차종을 선정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은 올해가 450만원 정도로 세계에서도 많이 주는 편에 속한다. 당분간 중소기업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는 400만원대 보조금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초소형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은 반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키워내 수출 상품화하는 강소기업이 아닌 중국 등 해외 기업 완성차를 수입해 보조금만 빼먹는 ‘초소형전기차 딜러’를 양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정본부는 물량이 큰 만큼 철저하게 평가해 국내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국내 토종 중소기업 차종을 선정한다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차량에 문제가 발생해도 기본 조치를 안내할 수 있고, 근본적이고 철저한 사후 관리도 가능하다.

또한, 이 일을 모두 담당하는 유망한 중소기업이 하나 둘 생긴다. 이것이 바로 우정본부가 차종 선정을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우정본부의 배달용 초소형 전기차는 상정적인 의미가 크다. 주택가의 대기질을 청정하게 만들고 전기차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각종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서두르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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